책상머리에 앉아서는 절대로 패션사업을 성공할수 없다고 강조하는 김대환 와이드홀딩스 대표. 손대고 있는 사업이 하도 많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는 김 대표이지만 ‘갤러리 101 스페이스’ 공간은 이틀이 멀다하고 들를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다. 갤러리와 패션은 크리에이티브라는 관점에서 일맥상통한다는 그는 디자이너 회식도 대화주제가 사뭇 풍성해지는 이 곳에서 열고 있다. 지난 8월에 선보인 깡통술사 곽열 작품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가 지난 4일 ‘갤러리 101 스페이스’ 공연무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대환 와이드홀딩스코리아 대표는 골프를 좋아한다. 40여년을 이어오며 국내 3대 골프웨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슈페리어’ 김귀열 회장의 장남이어서 만은 아니다.

주변 여건에 전혀 흔들리지 않으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골프가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 그러나 그가 필드에 나가는 횟수는 1년에 고작 2~3회다. 비즈니스 골프는 엄두도 못 낸다.

실력도 미천하기 짝이 없다. 70타 후반을 치는 아버지에 비해 그의 실력은 110~120타를 치는 수준. 이 정도면 초짜보다 조금 잘 치는 정도라고.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를 만나 김 대표가 갖고 있는 직함을 죄다 알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각기 다른 명함만 4개.

슈페리어 총괄본부장, 와이드홀딩스 대표,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부사장, 크리에이티브 맥셀 오너 등이 바로 그것이다.

패션을 기본으로 금융업, 마케팅, 외식업까지, 손대고 있지 않은 사업이 없을 정도. “골프 칠 시간이 없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재능 있는 신진작가에게 대관료 무료
그런 김 대표가 2~3주가 멀다하고 갤러리를 연다. 지난 8월에 오픈한 삼성동 슈페리어 신사옥 지하에 위치한 ‘갤러리 101 스페이스’에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는 이 갤러리의 오너인 김 대표는 이곳에서 사진전, 갤러리, 음악공연, 패션쇼까지 각종 문화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특이한 점은 갤러리 전시회를 여는 작가들이 대부분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신진작가라는 것. 이들에게 대관료는 무료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여건이 어려워 작품전을 열지 못하는 작가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작가를 그가 직접 찾아다니기도 한다.

김 대표는 지난달 양재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서울국제아트페어에 다녀왔다. 물론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력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것.

실제로 대구에서 올라온 이계주(가명·45) 작가와 만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를 표현하는 작품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리더라고.

“시뮬레이션해 보니까 지금 6개 브랜드로 연 5000억원까지 할 수 있겠더라구요.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어요. 그래서 이런 갤러리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는 거지요.”

매출 5000억원 한계 뛰어넘을 아이디어 창고
아버지가 일군 가업을 잇기 위해 각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김 대표.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그에게 갤러리란 사치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사업 열정만큼이나 유쾌한 그이지만 이 얘기를 할 때는 유독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한국 패션산업 경쟁력 얘기였다.

김 대표는 패션이 고부가가치 사업이지만 그 이면에는 제조업이라는 한계가 발목을 꽉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패션산업 전반에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인건비와 물류비용만 오르다 보니 브랜드력이 미약한 패션업체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소리다.

게다가 백화점 수수료는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해외 브랜드들에 국내 토종 패션기업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셈이다. 실제로 가격은 올리기 어렵고 그만큼 할인폭은 커지는 양수겹장 상황에 몰리다보니 수십년 이어온 가업을 접는 패션 경영 2세가 부지기수라고.

이에 김 대표는 금융 외식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이며 특히 갤러리를 여는 것도 궤를 같이 한다고 말한다.

실제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취약한 패션감각을 지속적으로 충전할 무언가가 필요했다고.

지금도 틈만 나면 국내외 유명 백화점이나 패션거리를 발로 뛰며 감각을 끌어올리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갤러리 작품을 통해 충격을 받고 아이디어를 사업에 접목하기도 한다”고 노하우를 설명했다.

이 갤러리를 통해 광고, 마케팅, 외식업 등 신사업도 하면서 주력 사업인 패션사업을 더 풍성하게 하겠다는 그만의 전략이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시뮬레이션해 보니까 지금 6개 브랜드로 연 5000억원까지 할 수 있겠더라구요.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어요.

그래서 이런 갤러리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는 거지요.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겁니다. 물론 대관료 받기도 하고 돈벌이도 해요. 엄연한 사업이니까요.”(웃음)

한국판 ‘페리엘리스 어워드’ 통해 디자이너 발굴
그가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게 또 하나 있다.
물론 ‘갤러리 101 스페이스’를 근거지로 한다. 이름하여 ‘코리아 페리엘리스 어워드’가 그것.

와이드홀딩스를 통해 페리엘리스 아메리카를 전개하고 있는 김 대표는 미국 패션협회가 그 해 가장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에게 주는 ‘페리엘리스 디자인어워드’를 한국판으로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내년 2월에 첫 시상을 목표로 미국 본사와 조율 중이라는 그는 이를 통해 재야에 묻혀 있는 참신한 디자이너를 발굴해 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미래 사업 구상의 키워드는 ‘시너지’다. 패션을 주력으로 하는 종합 유통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게 그가 갖고 있는 마스터 플랜. 물론 패션이 주력이다.

이를 위한 기초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그가 손대기 시작한 금융사, 광고사, 패션 쇼핑몰 등이 바로 그것.

이는 슈페리어가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신성장사업과 맥을 같이하고도 한다.
주말에도 430여개 슈페리어 계열사 매장을 둘러본다는 김 대표는 “갤러리만큼 패션사업에 도움을 주는 취미도 없다. 앞으로 이 공간을 더 활용할 방안에 대해서도 계속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