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던 사람들이 속도를 늦추어 걷기 시작했다. 한강 둔치나 공원은 말할 것도 없고 집 앞 골목길에서도 걷는 사람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제주 올레길이 인기를 얻은 후로는 ‘우리 동네 올레길’을 발굴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걷기대회장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러한 열기를 반영해 스포츠 브랜드들은 러닝화가 아닌 걷기 전용 워킹화를 앞다투어 발표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열심히 걷기 시작한 것일까. 가장 먼저 건강을 이유로 들 수 있다. 꾸준한 걷기는 혈압과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춰 심장 질환 발병률을 낮출 수 있으며, 당뇨나 골다공증의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 극복이나 관절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를 통한 다이어트 효과도 알려지면서 멋진 몸매를 꿈꾸는 여성들 사이에서 그 열기가 더 커지고 있기도 하다.

성기홍 한국워킹협회 부회장은 걷기가 국민경제의 수준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 수준에서는 국민들이 생활체육으로 보통 조깅이나 마라톤을 즐기지만 1만달러가 넘어서면 걷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

2만달러를 넘어서면 걷기에서 행글라이딩이나 암벽등반과 같은 모험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이 성 부회장의 의견이다.

성 부회장은 “우리의 국민소득 수준은 2만달러를 넘어섰지만 레저 수준은 아직 1만달러에서 2만달러 사이에 머물러 있다”며, “걷기는 단순히 생활체육이 아닌 문화행사로서의 의미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걷기연명에서 진행하고 있는 조선통신사길 걷기처럼, 걸으면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다는 의미가 더 커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문화는 선진국에서 이미 뿌리를 내린 상태다.

또 다른 의미에서 걷기를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몰입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황농문 서울대 교수는 CEO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몰입의 가장 좋은 방법은 슬로우 싱킹에 있고, 슬로우 싱킹을 하기 위해선 걷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인 삼성SDS 사장, 손욱 농심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도 걷기 열풍에 동참한 상태다. 그들은 걷기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한편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기도 한다.

<이코노믹 리뷰>는 이 같은 걷기 열풍 속으로 걸어들어가 본다. 무엇보다 바르게 걷기가 가장 중요하다. 국내 유일의 걷기 박사인 이홍열 박사는 “잘못된 걷기 자세가 오히려 병을 부른다”고 일침을 가한다.

걷기 열풍에 빠진 CEO들과 걷기 열풍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한 기업들의 전략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걸어보면 좋을 서울 시내 및 근교 걷기 좋은 길도 소개한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