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나무스타일 대표

“디스플레이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숍에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위치에 가장 눈에 띄는 휴대폰을 주변의 인테리어를 고려해 전시합니다. 백화점 매장이나 모델하우스도 마찬가지죠. 이처럼 예쁘게 화장을 시켜놓고 소비자들로부터 상품을 사고 싶다거나 그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일을 합니다.”

김호경 나무스타일 대표는 디스플레이어를 ‘비주얼 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로 표현, 제품 판매에서 매출 증대를 위해 꼭 필요한 연출을 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아파트를 팔기 전에 이를 소개하는 모델하우스 안에 가구, 소파에서 숟가락, 젓가락까지 공간을 위한 모든 소품을 알맞게 전시해 놓는 작업이 디스플레이어가 하는 일이다. 또한 공간의 콘셉트뿐 아니라 그 안에서 패브릭(fabric), 가구 등 무생물적 요소들과 더불어 공간에서 생활하는 거주자도 함께 고려하고 이들이 하나로 조화될 수 있게 이끌어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작업이다.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원래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1992년부터 관련 일을 13년 정도 했죠. 디스플레이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인테리어를 마치고 마지막에 클라이언트가 가구나 꽃, 커튼, 그림까지 손수 연출하는데 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저 분야까지 작업을 하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거죠.”

사실 인테리어 공간을 잘 만들어놨는데 콘셉트가 무시되는 디스플레이를 볼 때 김 대표는 매우 속상했다고 한다. 이에 좀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디스플레이 일을 하기 위해 ‘플라워’를 배우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방식의 꽃꽂이가 아닌 디스플레이 관련 커리큘럼이 있는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을 하면서 1세대 파티플래너로 활동했다.

“플라워 숍을 오픈하고 각종 론칭쇼, 모터쇼, 서울컬렉션, 잡지스타일링, 어워드쇼 등의 행사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어로 일하게 됐어요. 나무스타일은 2006년 개인사업으로 시작해 2012년 법인으로 전환했죠. 현재 직원은 4명이고, 인턴들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스타벅스 등 굵직한 프랜차이즈 기업과 손잡고 일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모델하우스 일도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매출의 50%가 모델하우스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델하우스 디스플레이를 할 때는 넓어 보이고 실용적인 수납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활용도를 최대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요. 또한 이 아파트에서 살게 된다면 이렇게 꾸미면 좋겠다고 제안하는 것이죠. 모델하우스 외에 프랜차이즈, 백화점 매장 등도 작업하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을 꼽는다면 대나무를 이용해서 공간을 연출한 스타벅스 부천점이다. 한국 정서에 맞는 전통적인 느낌이 표현되면 좋겠다는 의뢰에 따라 작업했는데 지역에 맞는 특색 있는 연출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나무스타일은 미얀마에 진출한 롯데리아 1호점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푸드 페스티벌에서 롯데리아 부스를 제작하는 등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점점 업계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디스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면 꼭 꽃을 배우라고 얘기합니다. 꽃은 인테리어에서 빠질 수 없는 소품이자 모든 디자인의 완성이니까요. 그렇다고 디스플레이를 할 때 무조건 꽃을 많이 배치하라는 게 아닙니다. 인테리어에 적합하게 포인트로서 힘을 주라는 것입니다. 디스플레이는 색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타고난 미술적 색채 감각이 중요하고, 여기에 꽃이 큰 역할을 하는 거죠. 소재와 컬러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게 보기 때문에 그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합니다. 조명도 중요해요. 이에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1년에 두 번 정도는 관련 페어에 참여합니다.”

김 대표는 이처럼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해왔고, 이에 인테리어 관련 회사의 직장인에서 개인사업체 CEO로 전환해 경기가 어려운 요즘에도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어로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모델하우스의 경우 큰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고, 경기를 많이 타서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그는 기본적인 자금과 인맥, 영업력 등 모든 게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빈 공간인 ‘무’에서 디스플레이를 통해 ‘유’를 창조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볼 때마다 참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회의에서 정했던 콘셉트가 매번 수정을 거쳐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죠. 디스플레이어는 여자가 하기에 괜찮은 직업이에요. 평소 꾸미고 쇼핑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좋겠죠. 현재 활동하는 디스플레이어의 90% 이상이 여성인 점도 이와 일맥상통하죠. 여기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했다면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법을 아는 게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금속, 유리, 도장, 벽지, 우드까지 관련된 인테리어 경험이 있는 사람이 디스플레이를 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렇다면 어떤 성향의 학생들이 이 직업을 택하면 더욱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김 대표에 따르면 활동적이고 창의적이며 미적 감각이 뛰어나 표현할 줄 아는 친구들이다. 그는 회사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제 역할은 잠재돼 있는 끼를 끄집어내서 놀 수 있게 운동장을 만들어줄 뿐입니다. 직원들은 그 운동장에서 마음껏 놀면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디스플레이어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발품을 팔아 경험하라’다.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시간을 내서 서점이든 새로 오픈하는 매장이든 모델하우스든 관심 있는 공간에 가서 사진도 찍고 디자인 의도나 콘셉트를 연구해보세요. 관련된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했으면 합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자료를 쉽게 찾아서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직접 뛰어다니면서 경험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김호경 대표의 Knowhow

“인사를 잘하자!”

김 대표는 “어딜 가든 반갑고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기분 좋은 일”이라며 “특히 디스플레이어는 공사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현장 소장은 물론이거니와 청소하시는 분들과 관련 업체 직원들 모두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사람 간의 작업이기 때문에 사람을 존중하고 신뢰한다면 아무리 힘든 일도 못할 게 없고, 이를 바탕으로 일이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끊임없이 수많은 원서와 그림, 사진, 조각, 타이포그래피 등 여러 디자인 분야를 접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울러 틈나는 대로 미술관, 전시회들을 돌아다니면서 계속 공부하는 게 김 대표의 노하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