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은퇴인력들을 위한 ‘FTA 컨설턴트 양성과정’ 수강 붐

산업통상자원부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컨설턴트 양성 교육과정’을 통해 인생 2막을 여는 ‘파워 시니어’들이 있다. 이 교육과정은 무역업에 10년 이상 종사한 은퇴인력과 FTA 미활용 중소기업을 연결해주기 위한 프로그램.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으로 배출된 84명의 무역 은퇴인력은 수출 컨설턴트, 전문 강사, 기업 임직원 등 FTA 활용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FTA 컨설턴트는 무역업 경력을 살려 인생 2막을 열 수 있는 좋은 직업군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역 은퇴인력이 지난 17일 서울 잠실동 MBC아카데미빌딩에서 ‘FTA활용 컨설턴트 양성 교육과정’ 강의를 듣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 두 달 전 퇴직한 이영기(59세) 씨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철강회사에서 30년 이상 유통·수출·제조 업무에 종사한 전문가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그는 FTA(자유무역협정) 컨설턴트로서 제 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그는 “한국FTA산업협회에서 기회를 준다면 FTA 컨설턴트 실무 경험을 쌓고 강의도 진행해 보려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넘어 범아시아적으로 무역환경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 수출을 원하는 국가들에게  IT 강국으로서 통합 솔루션을 제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포부를 말했다.

이 씨처럼 무역 관련 퇴직인력을 FTA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한국FTA산업협회를 통해 ‘FTA활용 컨설턴트 양성 교육과정’ 3기를 열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잠실동 MBC아카데미빌딩에서 열린 강연에는 40여 명이 참석했다.

FTA 컨설턴트란 과거 무역 분야에 종사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 FTA 관련 비즈니스 전략을 조언, 지원해주는 민간 전문가를 말한다. FTA활용 컨설턴트 양성 교육과정은 무역업에 10년 이상 종사한 은퇴인력과 FTA 미활용 중소기업을 연결해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산업부는 1, 2기 각 40여 명씩 모두 80여 명의 컨설턴트를 배출했다.

이 교육과정의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우 한국FTA산업협회 회장은 “무역 경험이 상당하고 각 산업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퇴직자들이 늘고 있다”며 “그런데 그 아까운 능력을 사장시키는 분들이 많아 FTA 시대에 필요한 무역실무와 활용 방법을 종합적으로 공부해 대한민국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전문가로서 제 2인생을 설계하는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청이 몰려 놀랐다”며 “4기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강의가 시작되자 교육생 40여명이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강사의 말을 빠짐없이 받아 적었다. 오후 낮잠이 쏟아질 법한데도 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자력갱생(自力更生) 위해 FTA 배워

3개월 전까지 중국에서 제조건설 마케팅 일을 했던 이정화(68세) 씨 역시 30년이 넘는 경력을 가졌다. 나이 들어 하루 7시간씩 공부하는 강행군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그는 말로만 듣던 FTA에 대해 구체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기존의 다자간 무역에서 이제는 양자간 무역으로 바뀌면서 무역이 훨씬 복잡해지고 어려워진 가운데, 국내외 무역 현장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흐름을 접목시키고 FTA 전문 인력으로서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후배 양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30년 재직 후 중소기업에 근무했던 박종윤(59세) 씨. 전경련에서 리서치 및 국제경제교류 사업 등을 통해 축적된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경험, 글로벌 마인드는 그의 자산이다. 박 씨는 “소중하게 쌓아온 경험을 기업인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해주고 싶다”면서 “퇴직한 지 올해로 8년째인데 현재 백수다.

은퇴하긴 너무 이른 나이 아니냐”며 껄껄 웃었다. 그는 FTA컨설턴트가 돼 FTA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많은 중소기업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인생 후반전의 목표라고 말했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잠실 MBC아카데미빌딩에서 열린 ‘FTA활용 전문 컨설턴트 양성 교육과정’ 개강식에 참석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중국 긴축 우려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무역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그간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고 무역 강국으로 이끈 주역인 교육생들이 FTA를 통해 우리나라가 제2의 경제부흥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앞장서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FTA 전문 컨설턴트 양성과정은

정부가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돕기 위해 개강한 FTA활용 컨설턴트 양성 교육과정은 벌써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제3기 교육생들 중엔 은퇴 전 대기업에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 수두룩하다. 교육과정에 합격한 이들은 개강날인 지난 4일부터 7주간 원산지·통관·물류 등 FTA 활용에 필요한 내용을 교육받는다.

교육비는 국비 90% 지원·자비 부담 10%(20만원)다. 수료 후 평가과정을 거쳐 정부가 운영하는 FTA컨설팅 사업의 컨설턴트 및 자문위원, 중소기업이나 각 기관 및 대학교·지자체 등의 교육 또는 전문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이번 교육과정엔 선발예정 인원(40명)에 비해 3배(125명)가 넘는 신청자가 몰려 열기가 뜨거웠다.

교육생 중 41명(95.3%)이 기업에서 무역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임직원이고 나머지 2명(4.7%)은 전문직 출신이었다. 구체적인 업무 분야를 살펴보면 마케팅·해외영업을 담당했던 교육생이 24명(55.7%)으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부품)·섬유(직물)·석유화학·전기 전자 분야(3명), 기계 금속·유통 물류(2명), 국제금융·농식품(1명)이 뒤를 이었다. 교육생 가운데 28명(65.1%)이 50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40대가 2명(4.7%), 60대 이상이 13명(30.2%)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활용촉진과 김덕기 사무관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교육시간을 120시간에서 150시간으로 늘리고 분야·업종별 FTA 전문가를 3회에 걸쳐 총 120명을 양성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8월과 10월 중에 교육생을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는 중소기업들이 은퇴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고용부 등의 시니어 일자리창출 사업과 지속적으로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니 인터뷰 | 이창우 한국FTA산업협회 회장

FTA전문가, 국익·미래 먹거리·일자리 창출 ‘3중 처방’ 솔루션

 

FTA 컨설턴트 교육을 총괄해오고 있는데 그간의 소감을 말해 달라.

“교육과정이 7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수준이나 강도 면에서는 웬만한 1년짜리 코스보다 높다. 그럼에도 결석이 거의 없을 만큼 교육생 모두 충실하게 수업에 임한다. 한 마디로 교육 열기가 매우 높다. 또 어떻게 입소문이 났는지 이번 3기생을 모집할 때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경쟁률이 3대 1을 넘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FTA 컨설턴트 양성과정이 관련 업계나 퇴직자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FTA 컨설턴트의 직업 전망은 어떤가.

“FTA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단순한 무역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개방, 융합, 혁신이 일어나는 글로벌 생태계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현재 500여개의 FTA가 만들어졌고 전 세계무역의 60%가 FTA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급속하게 FTA가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처할 만한 산업기반 인프라와 인력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각 대학에서 진행되는 FTA 강좌는 원산지 중심의 이론적 강의에 치중하고 있다. 따라서 원산지 이외의 분야는 물론이고 무역 외에도 서비스, 지식, 융합 등의 분야별 FTA 전문가가 절실한 현실이다. 중소기업 역시 FTA를 활용하기 위한 전문 인력과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FTA는 국익과 미래 먹거리·일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일 뿐만 아니라 FTA 전문가는 기업의 FTA 경쟁력 강화와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으로서 유망하다.”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여도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나 자신도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20여 년 간 종합상사에서 무역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은퇴 후 FTA 교수가 됐다. 무역 경험이 풍부한 퇴직인력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충분히 살려 FTA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다. 우리 협회는 FTA 전문가를 단순한 시니어 일자리 창출 보다는 창직(創職)의 개념으로 본다. 국내에서 경험을 쌓고 해외로 진출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최근 중소기업들은 FTA 활용과 관련 업종별, 분야별 전문 맞춤형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양성된 시니어 컨설턴트들의 무역 경험과 FTA 지식이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