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쿼바디스 브릭스 | 브라질


“금리·원자재·내수시장 안전판
하반기부터 회복세 뚜렷”

‘수요과잉’
지난 2008년 브라질경제를 상징하는 단어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인하한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인플레이션이 우려돼 금리인상을 고려했을 정도로 브라질은 아직도 건재하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 브라질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과연 2억 인구라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원자재는 브라질펀드에 투자한 이들에게 달콤한 열매를 맛보게 해줄 수 있을까.


1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 기록
브라질증시는 2008년 5월, 사상 최고치인 지수 7만3000을 돌파했다. 이후 주가지수는 국제원자재 및 주요 곡물 가격 하락으로 하락세로 반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급락세가 가속화되어 3만8000포인트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증시가 단기간 급격하게 살아나지는 못하지만 급격한 하락도 없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경제의 펀더멘털이 나빠져 주가가 하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브라질경제는 고용 및 소득증대, 신용증가 등으로 내수경기가 호조세를 보이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생산호조 등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힘입어 5.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다. 또한 경제성장촉진프로그램(PAC, Programa de Aceleracao do Crescimento)으로 인해 건설경기도 호황을 누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브라질의 외환보유고는 2005년 538억달러에서 2008년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또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가 고평가됐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가치인 달러당 2.3헤알이 적정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더 낮으면 수출경쟁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환율이 수출과 내수에 적절한 환율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난 22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3.75%에서 12.75%로 1%포인트 인하했다. 내수침체 우려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중의 예측이 들어맞은 것이다. 중앙은행의 이번 결정은 경기침체가 우려될 시 언제든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브라질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제로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내려 더 이상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을 카드가 없는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경기침체를 극복할 다양한 대안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 프레데리코 파이오(Frederico Sampaio, CFA) 브라질 법인 위탁운용매니저는 “브라질 주식시장은 2008년 12월 안정을 되찾았으며 주식시장의 이러한 안정화는 1월 초까지 지속됐다”라고 말하며 “세계 경제성장의 하향조정 또는 극심한 둔화가 현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2009년 하반기에는 회복세가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며 “브라질은 여전히 인도에 비해 33%, 중국에 비해 45%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내수경제가 80%, 수출이 20%를 차지해 세계적으로 대외비중이 적은 편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도 없었고, 급격한 내수침체도 이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점에 주목했다.

대외비중 낮아 금융위기 피해 없어
프랭클린탬플턴 투신운용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경제 불안과 급격한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 유효하다”고 평가하며 그에 대한 이유로 국내 소비 성장, 신용시장의 질적인 향상, 풍부한 원자재를 꼽았다.
2억 인구라는 거대한 시장으로 인해 경제 안정화가 금리 인하와 탄탄한 신용 확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GDP의 2%에 불과한 모기지시장의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모기지 부실에 있어 브라질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경기를 부양했듯이 브라질경제의 활황세를 이어갈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이에 지난 3년간 매년 30% 이상 성장한 신용시장이 올해는 25%까지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풍부한 원자재도 성장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은 강철, 철광석, 펄프, 에탄올, 설탕 등의 저렴한 공급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넓은 양의 경작지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최성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브라질은 다른 나라보다도 원유, 광물, 농산물 등 원자재의 비중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면서 “세계경기가 좋아지면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브라질은 경제성장 촉진 프로그램을 통해 대규모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는데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향후 브라질의 내수경기와 미국, EU 등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제회복 여부, 국제원자재 가격상승 전환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다른 신흥국과는 달리 전체 GDP의 수출 부문이 20%, 내수 비중이 80%에 달해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등으로 구성된 내수 경기의 부침이 경제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 오렌지, 설탕 등의 주요 수출 농산물의 가격이 급락했고, 헤알화의 평가절상으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주요국의 경기침체는 제조업 부문의 생산 및 수출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최성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세계경제가 성장한다면 브라질경제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흔히 증시는 선반영되기 때문에 그보다 더 일찍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미국과 인접한 국가지만 미국이 떨어질 때는 같이 떨어지고, 성장할 때는 저성장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이전보다 펀더먼텔이 좋아져 세계경제가 좋아지면 함께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

사진설명
2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원자재가 브라질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다.
사진은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석유 굴착현장.

박스인터뷰

인터뷰 | 장성호 수출입은행 브라질사무소 부장

“브라질펀드 장기투자 지금이 적기”

브라질 증시의 분위기는.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침체로 브라질도 영향을 받았다. 브라질과 미국증시가 금융위기 이전에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주가는 3만8000으로 올해 4만 돌파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은 큰 악재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글로벌화가 진행돼 타국에 영향이 미치도록 구조화됐다. 하지만 브라질 금융기관은 외국에 노출이 안 돼 서브프라임 사태나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의 달러경색이 일어나자 잠시 외화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물론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 유동성에 문제가 있었지만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풀어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다. 큰 위기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는 브라질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성과가 보이는가. PAC의 실행률은 현재로서 별로 높지 않다. 민간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상반기에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외부에서 보는 브라질과 내부에서 보는 브라질에 대한 시각에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 한국의 카드 사태처럼 브라질도 신용 문제가 올 수 있다고 본다. 브라질은 국민소득 수준이 높지 않고 소득 불균형이 심하다. 내수경제가 활황이었기 때문에 경제가 좋아지면서 신용카드 발급을 확대해 소비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국민들의 꾸준한 소득증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만일 기업실적 악화가 고용축소로 연결돼 소득감소로 이어진다면 신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연체율은 높지 않고 외국인투자도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편, 자동차 산업의 위험성도 존재한다.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휴업, 정리해고 등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는 지나봐야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산업이 받은 타격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펀드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원부국답게 석유개발업체인 페트로브라스, 세계 2위 광산업체 발레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두 회사 때문에 주가가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만일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자원수요가 위축되면 브라질경제도 살아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브라질펀드는 세계 자원수요를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바닥을 단언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브라질펀드에 투자한다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 투자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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