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선물시장이 거래소의 정전으로 급작스럽게 중단됐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새벽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연계 야간선물 거래가 시장 마감을 2시간 앞둔 새벽 3시에 급작스럽게 중단됐다. 지난 2009년 11월 개장한 CME 연계 야간선물 시장의 거래가 중단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간선물 시장은 정규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의 시장이다. 더욱이 야간선물 시장은 정규 주식시장의 시초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시장 마감 전 원치않은 포지션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정규시장에서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에 강홍기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는 "야간선물 시장의 하루평균 계약은 1만8000건인데 이날 1만1000건이 거래돼 7천여 계약이 거래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1시 30분께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연계 코스피200 지수 선물과 유렉스(EUREX) 연계 코스피200옵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여의도 서울사옥 본관과 별관 내 정보분배시스템이 작동이 멈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거래소는 "전력 공급부에 설치된 '애자(insulator)'가 자연발생적으로 파손돼 전원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더 문제는 비상 상황 대처 시스템이 미흡한 점이다.

거래소는 정전이 발생하면 비상 계획에 따라 배터리를 사용하는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로 전산 시스템을 보호하고 서버가 과도한 열을 받는 것을 방지하는 항온항습기를 비상 발전기로 가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은 비상 발전기를 발 빠르게 돌리지 못해 사태가 커졌다. 항온항습기가 멈춰 열을 받은 서버는 이미 다운된 상태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단 몇초에도 수십억원이 오가는 게 주식 시장”이라며 “이같은 장애로 결국 투자자로부터 신뢰감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IT시스템 관리는 다른 어떤 곳보다 금융권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이번 사고로 거래소 기능 차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거래소에서 전산사고가 난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야간선물 시장에서 말썽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15일 오전 한국거래소의 전산 오류로 추정되는 사고로 각 증권사에 보내는 주요 지수가 10분 정도 늦게 전송돼 투자자들이 혼선을 겪었다. 사고 1시간여 뒤에 복구를 했지만, 지수통계 시스템에 이상 징후를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했고 적절한 사고 대응도 미흡했다.

이에 일부 증권가에서는 "총체적으로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것이 이번 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김봉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사퇴한 후 한 달 넘게 수장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한 시장 참여자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거래소에서 이사장이 공석이니 더 엉망으로 돌아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18일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공공기관 111곳 중 D등급 이하를 받은 곳은 16곳(14.4%)뿐이다. 기재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은 "실적 악화를 만회하고자 하는 거래소의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CME 전산 사고와 관련해 “시장 관리를 안정적으로 하지 못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거래소 간부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산시설 운영을 담당하는 코스콤의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24시간 비상 대비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손해 배상은 거래소 업무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