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뱀띠의 해도 절반을 넘기고 있다. 난세임에 틀림없다. 이런 올해의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COBRA TWIST’다. 코브라라는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양새다.  코브라 트위스트로 표현되는 올해 소비시장 소비자는 '더 신경질적이고, 더 난센스적이지만, 더 감성적인 육아법과 무소유 정신으로 혼자임을 즐기는 자'를 말한다.

코스닥 협회는 16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다이아몬드 홀에서 제 35회 최고경영자 조찬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156명의 경영자가 참여해,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고, 소비 경색 탈출의 해법찾기를 논의 했다.

코스닥협회 측은 “최근 국내 투자심리 위축, 가계부채 확대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코스닥협회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소비 트렌드의 흐름을 분석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고, 키워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매 년 소비 트렌드를 십이지(十二支)와 관련된 키워드로 정의해 제시하고 있다. 돼지의 해인 2007년은 ‘GOLDEN PIG’, 원숭이의 해인 2008년은 ‘MICKEY MOUSE’, 소의 해인 2009년은 ‘BIG CASHCOW’, 호랑이의 해인 2010년은 ‘TIGEROMICS’, 토끼의 해인 2011년은 ‘TWO RABBITS’,

김 교수는 용의 해인 2012년의 트렌드 마크를 ‘DRAGON BALL’로 꼽았다. DRAGON BALL은 D(Deliver true heart/ 진정성), R(Rawganic fever/유기농), A(Attention Please/주목 경제), G(Give’em Personalities/ 상품에 부과되는 인격), O(Over the generation/세대 공감), N(Neo-Minorism/마이너), B(Blank of my life/쉼), A(All by myself society/자생·자족), L(Let’s paln B/차선책), L(Lessen your risk/위기 관리)의 이니셜을 모은 단어이다.

2012년 소비자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진정성’이다. A라는 연예인이 “전 성형 안했어요!”라고 거짓말을 하더라도 포털 검색이나 SNS을 통해 실시간으로 과거 사진이 올라오고, “유해 성분은 없다”고 광고한 분유의 성분 검색 결과가 소비자단체를 통해 나오는 세상에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는 SNS 중심으로 매체 환경이 바뀌면서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해 졌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소비자들이 진정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판매자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

또 지난해에는 정보·제품·서비스의 범람으로 경쟁이 치열해져 ‘튀어야 산다’가 산업계의 모토가 됐다. 간기남, 돈의 맛, 후궁 등 자극적인 19금의 영화가 쏟아져 나왔고, 익살스러운 캐릭터가 마케팅의 대명사가 됐다. S오일의 구도일, 대우건설의 정대우, 아로나민의 피로물질은 왠만한 연예인보다 유명한 캐릭터이다.

판매사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려고 노력할수록 소비자는 더 깐깐해졌다. 신체·정신 건강을 더 중요시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즐기는 ‘My way’ 성향이 강해졌다. 때문에 유기농이 뜨고, 힐링 문화가 자리 잡았으며, 값싸고 품질 좋은 PB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내가’ 중심인 문화에서 비주류 문화도 개성의 일부로 여겨졌다. 권력 계층에서 밀린 마이너들의 문화가 부상했다는 것과 올드 문화가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된 트렌드와 SNS 매체의 발달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이다.

소비자들은 주류: 비주류의 비율을 1:99로 인식하고, 대부분은 자신이 비주류인 99%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적인 정서에 공감대가 탄탄하게 형성된 것도 소비 트렌드에 변형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최근에는 공감을 구하는 ‘Under dog’ 전략이 상품·서버스 홍보 키워드가 됐다.

김 교수는 “매체가 바뀌면서 마이너들이 뭉칠 수 있게 됐다. 싸이가 유투브에 흥행을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올린 것이 전세계로 퍼지고, 남양유업 사태가 3년이 지나서 SNS을 탄 것은 매체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8090 세대의 추억 감성을 건드린 <응답하라! 1997>이나 조용필의 최신 앨범이 뜬 것도 ‘뒷방으로 밀려났다’는 소외감을 느끼는 세대의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2012년 트렌드를 진정성, 마이너 감성, My way로 이해할 수 있다면 2013년 소비 트렌드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김난도 교수는 2013년 뱀띠의 해를 맞아 ‘COBRA TWIST’로 소비 트렌드를 정의했다. 올 해 소비자들은 ‘더 까다롭고, 더 개인주의적인’  특징을 보인다.

C(City of Hysterie)는 경제 불안, 묻지마 범죄 등 때문에 날카로워진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한다. O(OTL... Nonsense)는 기발한 감성과 상상이 만들어낸 난센스의 시대를 의미한다. 날카로워진 소비자들의 감성은 날이 갈수록 팍팍해진다. 이럴 때 ‘펀 마케팅’은 각박해진 소비자의 메마른 감성을 치유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북유럽식 자녀 양육법을 추구하는 젊은 엄마 문화인 B(Bravo, Scandimom)가 2013년도의 소비 키워드로 자리 잡은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R(Redefined ownership)은 “누릴 수 있다면 더 이상 소유하는데 집착하지 않는다”는 소비 행태를 나타난다. 아무리 노력해도 집이나 차를 마련하는 것이 젊은 세대에게 어려운 시대이니 만큼, 소비자들이 ‘경험’에 비중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는 ‘자신만을 대접하는’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혼자만의 문화를 뜻하는 A(Alone with Lounging)와 원초적인 본능인 ‘미각’에 충실한 T(Taste your life out), 시간·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는 W(Whenever U want)로 나타낼 수 있다. 하루 24시간을 자기 편할 데로 쓰는 사람들, 런치디스코, 올빼미족, 몰링라이프 트렌드가 그 예이다. 잘 즐기려면 스트레스 요소가 없어야 한다는 I(It’s detox time)도 비슷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2013년 소비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불편함을 즐기는’ 세대로 표현할 수 있다. 레드불 등 에너지 음료를 먹어가면서 밤을 하얗게 불태우는 세대를 상징하는 S(Survivg Burn-out Society),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를 즐기는 문화를 나타내는 T(Trouble is welcomed)가 그것이다.

김 교수는 “마케팅에도 ‘밀당 기술’이 필요한 시대”라고 설명한다. 연예 상대방에게 적당한 불편함(기다림, 모자람, 무심함)을 제공해야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한 경험적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적절한 불편함을 겪은 소비자들은 불편했던 ‘경험’을 통해 ‘유희’를 즐기게 된다.

‘캠핑을 하러 호텔에 간다?’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여가 문화가 붐(boom)이 된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서이다. 호텔에서는 ‘추운 날씨, 샤워의 어려움’ 등 소비자가 꺼려할 만한 불편함은 제거하고, ‘고기를 구워먹는 행위’ 등 캠핑의 즐거움은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불편함이 재미로 느껴지는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

김난도 교수는 “소비 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경영에 충실히 반영하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항상 변화를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