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영 키워드 ‘창조’ ‘상생’ ‘인재’
글로벌 추종자에서 글로벌 개척자로 도약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초일류 기업이자 세계 100대 기업의 브랜드가치 순위에서 19위(175억달러)에 올라 있는 삼성전자가 지난 1일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에서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40주년 기념식 및 비전선포식’을 갖고 제2의 신화 창조를 위한 시작을 알렸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미래경영 키워드는 ‘창조’, ‘상생’, ‘인재’이다. 삼성전자의 전 임직원들은 이날 창조적인 조직문화, 협력사와의 상생강화, 인재확보 및 육성, 등을 미래 경영의 최고 가치로 삼고 ‘100년 영속기업’으로서 희망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윤우 부회장은 “일류기업을 넘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개척자가 돼야 하며, 우리만의 차별화된 제품과 독창적인 Value Chain을 구축해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탄생 40년 만에 국내에 9개 사업장(서초사옥 포함)과 전 세계 13개 국가에 생산공장을 둔 직원 15만여명(국내 8만3588명 반기보고서 기준)의 글로벌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자본금 3억3000만원으로 출범할 당시(창립기념일은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통신이 1988년 합병한 11월1일) 종업원 36명을 거느린 ‘영세기업’에 불과한 회사였다.

첫해 매출은 4000만원에 불과했으며 수출로 인한 1972년의 첫 매출은 18억4000만원, 영업이익은 1억4000만원이었다.

이때와 비교해도 매출은 6만4000배(작년 기준), 영업이익은 7만1000배(올해 예상 10조원 기준)가 늘었다.

당시 80원이었던 대중목욕탕 요금이 50~60배 오르는 등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믿기 어려운 성장을 이룩한 셈이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 4조23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4개 전 사업 부문 영업이익 1조원 시대’에도 성큼 다가섰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 기록한 사상 최대 매출 33조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영업이익도 지난 2001년 1분기 기록했던 본사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 4조100억원을 앞질렀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반도체, LCD, 정보통신 등이 모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부품과 세트의 고른 수익성을 보여줬다.

특히 반도체와 LCD를 합친 부품(DS) 부문 영업이익은 2분기 3900억원에서 3분기 2조17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7800억원 급증했다.

삼성 전·현직 CEO가 한자리에 모여 창립 40주년을 축하했다.


오너 회장 주도, 변화·혁신 이끌어
세계 시장에서는 물론, 아시아에서조차 이름도 없고 경쟁사에 비해 초라한 실적을 내던 전자회사에 불과했던 삼성전자가 전환점을 마련한 것은 1983년 2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도쿄 선언’이었다.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사업에 손을 댔지만, 도쿄 선언 전까지는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다.

이병철 회장은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국내외에서는 당장 ‘삼성이 반도체를 하면 망한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자본과 기술, 시장이 없다는 이른바 ‘3불가론’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기흥공장 착공에 나섰고 통상 18개월 이상 걸리는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지었다. 그 해에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2년 삼성전자는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D램시장 1위에 올라섰다. 물론 그 사이 우여곡절도 많았다.

도쿄 선언이 있은 지 4년여가 지난 1987년 9월.
당시 한 신문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제품은 모두 외국 제품의 복제품에 불과하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한남동 자택을 떠나 기흥사업장으로 향했다. 당시 노구를 이끌고 온 선대회장을 맞은 사람은 이윤우 상무(현 부회장)와 진대제 담당(전 사장)이었다.

그는 두 사람에게 “우리가 남의 것을 베꼈다는 게 사실인가. 영국은 증기기관 하나를 개발해 100년 동안 세계를 제패했다.

내가 기껏 남의 것을 모방하기 위해 반도체사업을 했겠느냐”라고 소리쳤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사실이) 아닙니다. 다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세계 시장을 석권하겠습니다”라고 결의를 다졌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에게 반도체사업은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의 증기기관과 같은 가치가 있었고, 그 혁명은 올해 삼성전자가 D램 시장점유율에서 40%에 육박하는 절대강자의 지위에 오르도록 하는 열매를 낳았다.


삼성전자는 D램시장의 강자로 올라서고 나서 재도약을 준비했다.
이병철의 별세로 1987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건희 전 회장은 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경영진을 소집하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잘 알려진 이 전 회장의 ‘신경영’은 소니를 비롯한 세계적인 전자 회사를 넘어서려면 모방이 아닌 변화가 필요하다는 질책이었고 당부였다.

이듬해인 1994년 삼성전자는 첫 아날로그 휴대전화를 내놓고, 외국 휴대전화가 주류를 이뤘던 국내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D램 신화’에 이은 ‘애니콜 신화’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때가 변방의 가내 수공업 수준의 전자회사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다시 세계적인 IT·전자 회사로 거듭나는 시기였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1997년부터 ‘제값 받기 전략’을 펼친다.
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인정하고 제값을 낼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일류 제품을 만들어 세계적 명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함으로써 ‘이익이 남는 성장’을 달성한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00조원에 연간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를 동시에 기록하는 빛나는 업적을 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연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자랑하는 제조업체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이 기록은 이미 지난 2004년에 예견됐다. 삼성전자의 지난 2004년 연간 매출은 57조6324억원, 영업이익 12조169억원, 순이익은 10조7867억원(약 103억달러)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순수 제조업체로는 토요타에 이어 두 번째였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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