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최신원 회장의 알 듯 모를 듯한 ‘가을행보’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 들어 시작된 SK그룹 계열사 주식 매입 및 매각 행보가 여전히 가을에도 ‘무르익고’ 있는 것과 동시에 사회봉사활동이나 외부행사 참석 등 경영자로서의 적극적인 행보 역시 적잖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최태원 회장에 “계열분리하자”고 직접 제안했다는 얘기까지 뒤늦게 나돌면서 최 회장의 가을행보를 심상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SK(주) 처분…SK네트웍스, SKC는 매입
지난 10월22일 최신원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던 SK(주) 주식 3000주를 전량 처분했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1000주와 2510주를 판 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매각한 것이다.

SK에너지에 대한 주식도 시장에 모두 내놨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SK에너지 보유주식 5500주를 전량 처분했다. SK가스 주식 300주 역시 지난 8월 전량 매도했다.

반면 최 회장은 SK네트웍스와 SKC, SK증권에 대한 지분은 매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지난 10월21일 6000주를 장내 매입했는데 이미 지난 9월에도 2만2400주를 3번에 걸쳐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0.2%로 늘린 바 있다.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SKC 주식도 지금까지 총 4만4500주를 장내에서 매입해 지분율을 3.3%로까지 확대했다. 여기에 SK증권도 지난 7월에만 다섯 차례에 걸쳐 총 8만50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0.1%로 높였다.

물론 이 같은 최 회장의 행보는 그가 올 들어 “SKC와 SK증권 지분을 15%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하면서부터 예견된 수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다.

특히 지분변동의 폭만 봐도 작은 수준이어서 아직 최 회장이 독립 경영노선을 취한다고 단정하는 시선도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영역으로 평가되는 SK네트웍스와 SKC 등에 대한 지분은 늘리고, 비영역인 SK(주)와 SK가스 등은 철저히 줄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이 계열분리를 위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는 뉘앙스는 풍겨진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최 회장의 계열분리 행보가 뚜렷해졌다’는 해석을 낳게 하는 부분은 최태원 회장을 향해 최 회장이 계열분리를 먼저 제안했다는 얘기가 시장에 퍼져 있다는 데 있다.

내용인즉 최 회장은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에 SK네트웍스와 (주)워커힐의 경영권을 본인이 맡고, 그 대신 그룹의 주력인 SK에너지와 SK텔레콤 등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은 완전히 인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물론 SK 측은 “확인된 내용도 아니고 외부에서 흘러나온 내용일 뿐”이라는 입장을 취하긴 하지만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해 시장에서는 실제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최 회장 입장에서는 (주)선경직물의 전신인 SK네트웍스가 최종건 회장이 처음 설립한 그룹의 모태였고, 워커힐 역시 부친이 1973년 작고하기 직전 정부로부터 인수한 회사라는 점에서 각별한 애착을 갖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최 회장은 현재 SK네트웍스는 0.02%, 워커힐은 0.5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에 “계열분리 하자” 제안설 힘 얻어
대외활동의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최 회장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행보가 많아지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장을 직접 찾아가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한다는 의미에서다.

지난 10월15일 최 회장은 SKC 창립 33주년을 기념한 자원봉사로 수원시 화성 행궁의 창호지를 교체하기 위해 직접 도배붓을 들어보였다.

해외 현장을 직접 찾아간 경우도 있었다. 지난 9월25일 그는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시에서 열린 SKC 폴리우레탄 시스템 하우스 공장 기공식에 참가해 고 최종건 회장의 유지를 적극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SK그룹 차원에서 다음달 SK C&C를 상장하려한다는 점도 최 회장의 계열분리 행보에 ‘명분’을 얻게 하고 있다.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는 SK C&C가 상장되면 그 밑에 (주)SK, SK텔레콤 등이 있게 돼 지주사 체재가 꾸려지고 이는 곧 최태원 회장의 지배권이 공고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최신원 회장이 분가작업을 본격화할 시기가 맞다는 관측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이 경우 최 회장은 친동생인 최창원 부회장과 하나의 그룹을 형성해 자금력이 풍부한 SK케미칼이 또 다른 SK그룹의 공식 지주회사격이 되고 그 아래에 SKC, SK네트웍스의 일부 사업부 등이 있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특히 SK케미칼이 내년 말 경기도 성남시 판교 신사옥으로 모두 이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최신원-최창원 형제의 ‘제2의 SK그룹’ 시대를 여는 서막 역할을 할 수 있다.

계열사간 수직화, 지분율 미미한 것은 계열분리 ‘걸림돌’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계열분리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우선 계열분리의 구도를 살펴보면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SK텔레콤을 비롯해 SK에너지, SK가스 등의 그룹 주요 계열사를 맡게 되고, 최신원-최창원 형제는 SKC와 SK네트웍스, SK텔레시스, SK케미칼 등의 회사 경영권을 쥐게 된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성이 높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사업구조 자체가 에너지, 통신 부문과 밀접하게 수직계열화돼 있어 이 같은 완전한 분리설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더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경우 에너지와 통신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가 잘 형성돼 있어 최태원-최재원과 최신원-최창원 사이의 지분 정리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사실상의 완전한 계열분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최창원 부회장의 ‘실탄지원’을 받고 연합전선을 잘 활용한다면, 또한 최태원 회장과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해 나간다면 계열분리가 의외로 쉽게 진행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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