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나루 자전거공원(위)와 금영의 ‘인간동력 다이어트 노래방’.


지난달 14일, 서울랜드의 한 테마체험관. 아버지가 자전거 페달을 돌리자 딸이 노래방 기기 화면에서 나오는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부른다.

자전거가 돌지 않으면 노래는 부를 수 없도록 한 노래반주기, 금영의 ‘인간동력 다이어트 노래방’이다.

이 노래방 기기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전거. 전력 대신 부스 안에 설치된 자전거를 돌려 노래반주기와 조명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노래를 부를 사람과 자전거 페달을 밟을 사람 2인이 한 조가 되어야 이용할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광나루 자전거공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이유인즉, 변기를 달고 다니는 자전거에서부터 게처럼 옆으로 가는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각양각색의 ‘희한한’ 자전거들을 다 타 볼 수 있어서다.

서울시가 만든 국내 최초의 자전거 테마공원인 이곳에는 주말이면 100m가 넘는 대기줄을 서야할 만큼 이색 자전거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영업직원들 자전거 이용…자전거 택배 신종 업종 등장도
자전거의 진화 바람이 거세다. 아니 ‘변신’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만큼 하루가 다르게 자전거의 용도가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 건강 유지나 교통수단으로만 여겨왔던 것이 최근 들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받는가 싶더니 이제는 기업의 마케팅 수단이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주는 놀이기구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유가 시대가 계속될수록 기업인들의 자전거 활용사례가 더 많아지는 모양새다.

최근 부산 장전동에 ‘벽산블루밍 정전디자인시티’를 분양한 벽산건설은 자전거 덕을 톡톡히 봤다.

움직이는 ‘바이크 분양 홍보’를 펼쳐 고객들의 관심을 끈 데 성공한 것인데, 벽산건설은 지난달 23일 ‘벽산블루밍 장전디자인시티’의 견본주택 문을 열면서 광고판을 포함해 특수 제작한 자전거 10여대를 시내 주요 도로에 주행토록 했다.

자전거의 장점을 이용해 큰 도로나 작은 도로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움직이는 광고판을 선보였던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벽산건설은 좋은 분양실적으로 바이크 홍보에 대한 성과를 맛볼 수 있었다.

같은 달 24일 저녁. 에너자이저코리아측 역시 자전거로 인해 함박웃음을 지었다.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자사 주최의 야간 마라톤 대회를 진행하면서 ‘백만돌이와 함께 자전거로 전기 만들기’ 이벤트를 열었는데, 생각 밖에 많은 고객들이 참여하며 자사의 이미지 홍보에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자전거 열풍은 이처럼 기업의 마케팅 용도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신종 업무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기도 한다.

시간이 생명인 택배업계에 자전거를 이용한 ‘자전거 택배’가 등장한 게 대표적이다.
한 업체의 경우 일명 ‘자전거 메신저’로 불리는 자전거 택배 직원들에게 오는 주문량은 하루 30여건에 이를 정도라고 귀띔한다.

이는 오토바이 택배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으로 ‘바이크 메신저’들은 자전거 퀵서비스가 오토바이에 비해 시간과 거리, 무게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한 자전거는 영업직원들의 거래처 방문패턴을 바꿔놓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제약업체 영업직원들 사이에 많이 나타나는데 그동안 자가용과 전철, 버스 들을 이용해 온 제약사 영업직원들이 최근 자전거를 활용해 거래처를 방문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 제약사 마케팅 직원은 “약국을 다녀야 하는데 먼 거리는 자동차를 이용하지만 가까운 거리는 수개월 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이는 기름값이 절약되는 데다 주차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고 시간도 단축되고 건강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 자전거를 타깃으로 한 전용 제품을 출시한 경우도 ‘자전거 열풍’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리버는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가을철을 맞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전거 전용 내비게이션’을 선보였는데 의외로 시장에서의 반응이 ‘짭짤’했다고 한다.

다양화된 자전거. 그리고 이색적인 자전거가 계속 나오는 한 자전거의 열풍과 변신은 쉽게 식지 않을 듯하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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