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투자 | 변동성 많은 격량의 시대 新가치투자

국내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 안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출구전략 의지 표명으로 국내 증시는 1700선으로 무너졌다. 이후 반짝 회복하는 듯했던 코스피는 1800선을 유리천장 삼아 더는 오르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가치투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경기 사이클을 믿는 투자자들은 기업이 축적해온 기업 자산 가치에 투자하며, 회복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경기 회복 기조가 보이지 않는 요즘,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욕심 부리지 않으면서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인컴 펀드, 배당주 펀드, 채권형 ETF, 월지급형 ELS, 우리다시본드에 대해 알아본다.

바야흐로 저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에는 고금리 정기예금이 ‘1순위 재테크’ 수단이었지만, 성장 침체기로 불리는 지금의 투자 환경에서는 물가 상승률과 세금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0%에 가깝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을 대안으로 실행해왔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2.5%로 하향조정했다.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가 이렇다 보니 다른 은행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전국은행엽합회에 따르면, 12개월 정기예금 상품의 이자는 2%대에 머무르고 있다. 산업은행의 KDBdirect/Hi정기예금과 한국은행의 e-그림세이브예금이 3%로 가장 높고, 부산은행(BIG 3 정기예금, e-푸른바다정기예금)·대구은행(Smart엄지예금/9988예금)·수협(사랑해나누리예금)이 2.9%의 이자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 외 은행은 2.1~2.8%의 예금 이자율을 제공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까지 불안한 요즘, 투자자들은 낮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를 선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가치투자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혼합형 펀드의 대표주자, 인컴(Income) 펀드

인컴 펀드는 대표적인 혼합형 펀드이다. 인컴형 상품의 매력은 그 수익 원천이 다양해 투자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인컴 펀드는 국내외 채권, 배당주, 리츠 등 모든 유형의 자산을 입맛대로 한 바구니에 골라 담을 수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투자 기본 원칙에 충실하게, 다양한 자산들 간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인컴 펀드가 투자 위험도를 낮추는 또 하나의 장치는 ‘수시 인출형 시스템’이다. 인컴 펀드는 다른 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특정 기간마다 일정한 금액을 찾아갈 수 있다. 부동산 펀드와 같이 보수적인 상품군은 정해진 환매 기간까지 환매 혹은 중도 인출이 어렵다. 시시때때로 자산을 일부 팔아야 한다면 해당 자산의 투자 가치가 훼손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보수적인 상품의 경우, 투자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단점이 혼재한다.

3년 만기인 환매금지펀드에 1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투자자는 3년 뒤의 시장 상황이 투자시점보다 불안정해지면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3년 만기가 도래하기 전, 수시로 인출할 수 있다면 인출되지 않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손실 압박을 받을 것이다. 인컴형 자산은 꾸준하게 현금 흐름이 발생하므로 투자자들의 인출 요구에 쉽게 대응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보유자산의 매도에 의해 발생하는 가격하락 압박도 상대적으로 적다.

비교적 낮은 변동성으로 예금 금리 이상의 장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인컴 펀드의 매력이다. 인컴 펀드는 시중금리+α의 수익률을 추구하기에 현 예금 금리인 2%를 상회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2. 알짜기업의 이익을 나누는, 배당주 펀드

기업 실적에 따라 꾸준히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배당주 펀드도 대표적인 안정성 상품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국내 기업이 배당을 자주하지 않았고, 배당률도 그다지 높지 않아 배당주는 주목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최근, 대다수 펀드들이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고배당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당주 펀드의 설정액이 올 들어서만 2524억원 늘어났다. 전례 없는 큰 폭의 증가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4.09%를 기록하는 동안 배당주 펀드는 5.42%의 수익을 냈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보면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I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2.5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신영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F(11.50%), 신영연금배당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주식)(10.26%),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1(주식)종류C 5(6.32%), 동양중소형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1(주식)ClassA(6.11%), KB배당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A Class(4.05%) 등이 이었다.

배당주 펀드가 이처럼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 것은 펀드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형주의 성과가 양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반면 배당주나 우선주, 가치주 등 중소형주들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배당주 펀드의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3. 문턱 낮춘, 채권형 ETF(상장지수 펀드)

불황 속에서 톡톡 튀는 실적을 내는 것은 배당주 펀드뿐만이 아니다. ETF가 10여 년 만에 50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ETF는 KOSPI200, KOSPI50과 같은 특정지수의 수익율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Index Fund)를 말한다.

과거에는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형 ETF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안정성에 무게를 둔 채권형 ETF가 주목받고 있다. 채권형 ETF는 지난해 말 대비 1조5014억원에서 32.02% 늘어난 1조9822억원을 기록해 인기몰이 중이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에 직접 투자하고 싶어도 접근이 쉽지 않았다. 채권 거래 단위가 1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소액채권이나 펀드로만 투자가 가능했다. 하지만 채권형 ETF는 10만원 내외로 거래할 수 있어 채권 투자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고, 인덱스 펀드와는 달리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국내에 상장돼 있는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 채권형 ETF는 모두 12개다. 3개월 기준 ‘우리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 ETF가 4.61%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삼성KODEX10년국채선물’과 ‘우리KOSEF10년국고채’ ETF도 각각 2.65%와 2.39%로 비교적 양호했다.

7월에는 합성 ETF가 첫선을 보여 ETF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합성 ETF는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리츠(REIT’s·부동산 투자신탁) 등 다양한 상품지수를 따르는 상품이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한국투신운용 한 곳만 한국거래소에 합성 ETF 예비상장심사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신운용이 선택한 합성 ETF 기초자산은 미국 리츠와 미국 하이일드 채권이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한국투신운용이 제출한 예비상장심사청구서를 심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심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해외채권지수 등을 추종하는 합성 ETF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일반 ETF와 달리 합성 ETF는 추가적인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일반 ETF의 경우 시장 리스크나 트래킹에러 등이 중요한 반면, 합성 ETF는 운용사와 벤치마크수익률 제공사 간의 스와프거래(TRS)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의 신용 리스크가 부각된다.

4. 매월 이자 받는, 월지급형 ELS(주가연계증권)

월지급식 상품은 최근 은퇴 설계 대안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월지급식 상품은 목돈을 예치하면, 연금처럼 매달 이자 명목으로 일정액을 지급받을 수 있고, 만기 때 원금을 회수하는 구조이다.

기존의 ELS는 특성상 조기 상환이나 만기 상환일 때만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월지급식 ELS의 경우, ‘기초 자산 종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00% 미만(초과)인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스텝다운 구조의 상품이 많아, 경기 변동이 심할 때에는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컸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된 ‘월지급형’ 상품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해, 안정성에 중점을 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고정 수입원 확보와 만기 시 안정적인 원금 회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월지급식 ELS는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매월 또는 분기, 반기 단위로 정해진 이자를 만기까지 받을 수 있다. 지급되는 금액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치기간을 정해두거나, 만기 시 회수하는 원금을 100%가 아닌 90%, 80% 등으로 줄이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다른 특징은 원금 보장도가 높다는 점이다. 원금손실 가능성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투자금액의 대부분을 국채와 지방채 등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예금과 비교해 이율이 높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다. 월지급 이율은 편입자산별로 상이하지만, 평균 3%대로 2%대인 예금 이율보다 높은 편이다. 만약 세전 3.33%의 월지급식 ELS에 5년 거치기간을 설정한 후, 1억원을 예치해놓는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투자자는 매월 24만원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고, 5년 후에는 1억원의 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5. 안정성 담보가 최우선 순위, 우리다시본드

해외채권 열풍이 부는 요즘, 소매외화채권인 ‘우리다시본드’도 매력도가 높은 상품이다. 우리다시본드는 최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대안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특히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420여 차례 총 254억달러 규모가 발행된 이후 2011년에는 450억달러가 넘는 채권이 발행됐다. 올해에는 최근까지 약 97억달러가 발행됐다.

우리다시본드가 이처럼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안정성 담보가 최우선 순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안정성 제약 때문에 주로 해외 정부기구나 글로벌 IB 등이 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신용평가 등급 AA 이상인 한국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정도가 참여하는 상황이다. 참고로, 이머징 마켓으로 뜨고 있는 브라질이나 터키 등의 국가신용등급은 BBB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신증권, KDB대우증권 등이 한국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중개하고 있다. 조만간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한국투자증권도 비슷한 구조를 띨 전망이다. 외국통화 종류만 다를 뿐 구조는 같다.

대신증권은 터키 리라화와 러시아의 루블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멕시코 페소화 등 4개 통화로 발행됐다. 만기는 2~4년이고 금리는 6~7%를 제시하고 있다. 최소가입 금액은 개별 통화에 따라 다르지만 한화 기준 3000만원 내외 수준이다.

KDB대우증권은 리라화와 브라질의 헤알화로 상품을 출시했다. 만기는 최대 3년이고 금리는 6개월씩 리라화의 경우 연 8.3%, 헤알화가 연 8.1% 정도가 지급될 예정이다. 최소가입 금액은 1000만원이다.

만기 수익률이 높고, 적용되는 과세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매력도를 높인다. 우리다시본드는 평균 만기가 3년으로 상대적으로 짧고 금리는 연 평균 7%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자소득세 14%와 주민세 1.4% 등이 원천징수되지만 개인투자자의 경우 환차익과 자본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된다. 다만 외화채권 상품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은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