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겨울을 녹이면서
봄비가 내려와 앉으면

꽃씨는
땅 속에 살짝 돌아누우며
눈을 뜹니다.

봄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쏘옥
손가락을 집어넣어 봅니다.
꽃씨는 저쪽에서
고개를 빠끔
얄밉게 숨겨 두었던
파란 손을 내밉니다.

-김완기 <꽃씨>

‘관찰자 시점’이라는 말이 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어떤 상황을 살펴본다는 말이다. 그런데 누구의 입장인가, 혹은 어떤 입장인가에 따라 1인칭 관찰자 시점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나뉜다.

1인칭 관찰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반면 3인칭 관찰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니 3인칭 관찰은 1인칭 관찰보다 관찰 대상의 행동이나 표정 등을 객관적 입장에서 자세히 살필 수 있다.

누군가 싸움을 한다고 하자. 이때 싸움의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자신일 때는 1인칭 관찰자 입장에서 싸움의 원인과 과정, 결과를 서술하게 된다.

자신의 입장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게 된다. 하지만 3인칭 관찰은 자신이 싸움의 당사자가 아니라 구경꾼이 되는 것이니 왜 싸우게 됐는지, 그 과정은 어떠한지, 나아가 결과가 어떠한지를 사회통념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당연히 1인칭 관찰보다 3인칭 관찰이 사회성이 강한 관찰법이 된다.

‘사회성’이라는 말에는 객관성을 담보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때문에 기업에서 대중 즉 소비자의 성향 변화를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되는 관찰법이 될 수 있다.

자사의 입장이 아닌 객관적 입장에서 소비자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으니 진정으로 소비자의 변화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문제는 있다. 3인칭 관찰이 소비자의 모습과 행동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이것이 전부일 뿐이다.

원인과 결과 혹은 전망은 불가능한 관찰태도인 탓이다. 이즈음 ‘전지적 관찰’이라는 용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지적 관찰은 3인칭 관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지전능한 신처럼 소비자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까지 분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싸움을 할 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멱살을 잡고 화난 얼굴을 하고 있다’는 표현은 3인칭 관찰이다.

이에 비해 전지적 관찰은 ‘멱살을 잡은 사람이 화난 얼굴로 상대를 어떻게 때릴까 고민하고 있다’는 표현은 화난 사람의 심정까지 관찰자인 내가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니 관찰 대상의 다음 행동을 예견할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먼저 3인칭 관찰이 필요하지만, 전지적 관찰이 매우 중요한 대목으로 떠오른다.

3인칭 관찰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실상 상당수의 시와 소설이 시인이나 작가의 전지적 시점에 의해 태어난다. 시에서의 이미지는 일면 3인칭 관찰자 입장을 넘어 전지적 관찰로 눈에 보이는 상황을 해석해 내는 측면이 강하다.

김완기 시인의 동시 <꽃씨>를 보자. 이 시에는 네 개의 소재가 등장한다. 봄비, 꽃씨와 땅 속,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이다.

하지만 시인은 스스로 네 개의 소재 중 어느 것의 입장에서 봄비가 오는 상황을 보는 게 아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봄꽃 피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꽃씨가 땅 속에서 돌아눕는다’거나 ‘아이들이 손가락을 땅 속으로 집어넣자 꽃씨가 저쪽에서 파란 손을 내민다’는 새로운 해석한다.

이것이 3인칭 관찰을 넘어선 전지적 관찰이다. 기업에서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나 전망 등을 추적하려면 이러한 전지적 관찰 방법을 시에서 공부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황인원 시인·문학경영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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