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경 바로연 상담부 팀장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상대방의 배경을 미리 알고 선택한 후에, 직접 만나서 자신과 연애가 가능하고 코드가 맞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조건뿐 아니라 감정까지 맞추는 거죠. 이 과정을 커플 매니저가 제안하는 거고요.”

강남구 역삼동 바로연 사무실에서 만난 최보경 상담부 팀장은 외국계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다가 30대 중반의 나이에 커플 매니저로 전향했다. 당시 최 팀장은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업무를 배우고 스스로의 노하우를 쌓아 가는 형식으로 관련 일을 배웠다. 사실 아직까지도 커플 매니저와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들이 집합되지 않았다.

“커플 매니저로 일하려면 기본적으로 말솜씨가 중요합니다. 사실 타고나야 하는 성향이긴 하죠.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직업이에요. 단순하게 회원의 나이, 학벌, 직업 조건에 맞추려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상담 스킬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커플 매니저라면 회원보다 모든 면에서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당사자가 오는 경우가 많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주로 부모가 상담을 하러 왔었다. 그 당시 최 팀장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나이가 많은 어른을 상대하다 보면 상담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설득의 노하우가 없으니 그저 회원이 제시하는 조건에 ‘알겠다’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노하우가 생기면서 상담 스킬도 생긴 거죠. 예를 들어 여성 회원이 동갑인 남성분만 원한다면 위로 4살까지는 봐야 한다며, 그 이유를 회원의 현재 위치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죠. 이와 같은 설득을 통해 소개해 줄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넓히다 보니 성혼률도 높아진 것 같아요.”

최 팀장에 따르면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한 예로 의대를 졸업한 남성이라도 다 같은 조건의 회원은 아니라는 것. 정규 코스를 밟은 건지 등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그에 맞는 상대를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커플 매니저가 잘 모른다면 단순히 회원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또한 대기업도 초봉이 어느 정도인지, 직급에 따른 연봉 파악은 물론, 해외에서 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는 유명한 곳인지 아닌지 알고 있는 섬세함이 요구된다.

“성혼률이 좋은 편이에요. 성공률이요? 60% 이상이죠. 기본적으로 사람 얼굴과 이미지에 대한 기억력이 정말 좋아요. 상담을 하게 되면 어떤 분이랑 딱 맞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바로 그려지더라고요. 그 그림의 적중률도 높은 편이에요.”

최 팀장은 결혼이라는 게 부모의 의견이 많이 개입되지만 사실 결혼할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여성 회원의 경우 어머니가 의사에 기독교인 사위를 원했다. 그러나 딸은 의사가 싫고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박식하고 글로벌적인 마인드를 가진 남자다운 이성을 선호했다. 최 팀장은 그 여성 회원과 잘 맞을 것 같은 남성 회원이 떠올랐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어머니 몰래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고, 그들은 첫 만남에서 더는 다른 사람을 소개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튿날, 예상대로 여성 회원 어머니에게 전화가 와서 난리가 났었죠. 당장 다른 남성 회원을 소개시켜 주라고 하셔서 난처했어요. 그래도 두 사람은 끄덕없이 만나고 있었고요.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께서 그 남성 회원을 만났는데, 정말 흡족해하셨고 결국 결혼에 골인해서 지금 잘 살고 있어요.”

이처럼 커플 매니저는 꼭 조건에만 국한해서 만남을 주선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회원과의 지속적인 상담 끝에 가장 매칭이 잘되는 회원을 연결해준다.

커플이 된 이후에도 결혼식 전까지는 커플 매니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 계속 동행한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커플 간 다툼이 있으면 가운데서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연봉은 커플 매니저의 개인 능력에 따라 다르다. 보통 기본급에 인센티브 형식으로 받는데, 초봉이 2000만원대 이하인 경우가 다반사라는 게 최 팀장의 설명이다.

“어느 직장이나 그렇겠지만 대기업이 아닌 이상 원하는 만큼의 초봉을 받기는 어렵죠. 시간이 지나고 업무가 늘어나면서 호봉이 쌓이고 자연스럽게 만족할 만큼의 월급을 받는 거죠. 대신 성과에 따른 급여체계가 있다 보니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많은 월급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영업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커플 매니저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이어주는 일이다 보니 결혼이라는 좋은 결과가 있으면 무엇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회원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 개인생활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있을 땐 고생한 것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달달한 열매의 맛을 볼 수 있다는 게 최 팀장이 이 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결혼정보업체를 잘 이용해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날 수 있을까. 커플 매니저가 귀띔해준 조언은 본인 프로필을 야무지게 판단하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 이는 몇 가지만 맞는다면 덜 중요한 것은 포기하고, 허황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결혼정보회사는 에이전시고 회원은 모델이에요. 모델이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주선하는 것이 커플 매니저의 일이고요. 100% 결혼 보장은 못합니다. 도와주는 것이죠. 최근 읽었던 책 내용 중에서 ‘우연은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었어요. 이처럼 뭐든지 노력을 해야 좋은 결과가 생기겠죠.”

커플 매니저는 상대를 이해시키고 조언해주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커플 매니저 또한 노력하고 가꿔야 할 부분들이 있다. 회원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으려면 박식해야 한다. 최 팀장은 “매니저 대부분이 책을 많이 읽는다”며 “책 속에는 여러 가지 진리가 있고, 이러한 부분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하는 연습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결혼정보시장이 대중화됐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는 거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힘든 부분도 많지만, 이 일을 즐길 수 있다면 값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커플 매니저를 꿈꾼다면 도전하세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일입니다.”

최보경 커플 매니저의 Knowhow

최보경 팀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 관리’다. 제일 좋은 홍보는 입소문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관리하면 주변 지인들의 소개를 받고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휴대폰에 일정기간 이상 관계가 계속 지속된 300여 명의 연락처가 있다”며 “1년이 지나서 전화가 와도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이름 앞에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단어와 함께 저장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회원에 대한 애정이 전제돼 있어야 한다. 또한 진정성을 가지고 좋은 사람을 찾아 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를 선물할 수 있다는 게 최 팀장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