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추세적 상승세 속에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온스당 1000달러를 일찌감치 돌파한 금값이 종국에는 50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등하는 금값은 달러 기축통화 시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불안한 시선을 짐작하게 한다. 미 뉴욕에서 활동하는 금 전문가 이동엽 JNH 대표를 전화인터뷰해 금값 추이를 물어보았다. <편집자주>

베트남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수렁이었다. 천문학적 군비를 쏟아부으며 단숨에 이 적성국가를 무너뜨릴 기세이던 미국은 지루한 ‘참호전’을 돌파할 묘수가 없었다.

달러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고,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금 태환의 중지를 선언했다. 두 번째 위기가 발발한 것은 지난 1980년 이후였다.

진주만을 ‘항공모함’으로 기습 공격해 초토화하던 일본인들이 이번에는 값싸고 ‘품질’ 좋은 자동차를 앞세워 다시 미국 본토에 맹공을 가했다.

늘어나는 무역적자에 신음하던 레이건 행정부는 일본, 독일 관료들을 플라자 호텔에 불러모았다. 그리고 달러의 평가절하를 합의했다. 미국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달러가치를 절하해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했다.

그때마다 금값은 요동을 쳤다. 파운드화가 달러화에 ‘기축통화’의 패권을 내준 이면에도 영국이 소모전에 휘말려 전비를 탕진한 아프리카 보어전쟁이 있었다. 이동엽 JNH 대표이사는 패권국가 미국의 쇠락을 화제에 올린다.

미 뉴욕에서 활동하는 ‘원자재 전문가’로 한 달에 한번가량 한국을 찾는다는 이동엽 대표는 요즘 투자 열기가 정점에 달한 인상이라고 귀띔을 한다.

국제 금값도 추세적인 상승세 속에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일찌감치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한 금값이 종국에는 50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등하는 금값은 달러 기축통화 시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불안한 시선을 짐작하게 한다.

이 대표는 미 국채를 사들이던 중국도 올 들어서는 금, 구리, 티타늄, 알루미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국제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중국 기업이 외환 보유고를 활용해 해외 자원을 구입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하지만 달러화가 추세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릴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달러화는 한동안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몰락을 점친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색하게 했다.

“종종 1970년대와 비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요즘 같아서는 사실 누구도 ‘앞날’을 자신 있게 말하기를 꺼릴겁니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은 작은 호재나 악재에도 큰 폭으로 출렁거린다.

날씨의 변화는 물론, 특정 국가의 정치 상황을 비롯해 챙겨야 할 변수들도 복잡하기만 하다. 지정학적인 위험이나, 세계 경제 동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처럼 시장의 방향성을 제대로 내다보기 힘든 시기도 드문 편이라 이 대표는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내년 상반기에 국제 금값이 다시 출렁거릴 가능성을 경고했다.‘더블딥’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이동엽 대표는 일반 투자자들은 투기적 거래를 지양하고, 은행권의 골드뱅킹 상품 등에 관심을 두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권에서 출시한 ‘골드뱅킹(Gold banking)’ 상품이 그나마 현물시세와 연동이 돼 있고, 수수료도 작아 그나마 미국의 이 상장지수 펀드와 유사한 편입니다.”(박스기사 참조)

미국은 ETF를 비롯한 금 투자상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사장은 요즘 미국 부자들이 이 금 투자상품에 상당한 돈을 투입하고 있다고 귀띔을 한다.

원·달러 환율 문제는 금 투자 성공의 방정식을 더욱 복잡하게하는 요소다. 올해 초 금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환율 하락으로 투자수익을 거두기가 힘들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원자재 재고 물량 꾸준히 감소
“감으로만 투자를 감당하기는 극히 어렵습니다. 감도 경험이 밑바탕이 돼야 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찾는 건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서예요.

특정 분야는 200년 전 데이터까지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한국 투자자들의 고질적인 병폐가 바로 이 감에 의한 투자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6~2007년 에너지 개발 붐에 불이 붙자 ‘오일 샌드’ 확보전에 나선 한 공기업의 실례를 반면교사로 제시했다.

이 회사는 이 에너지 자원의 국제가격이 꼭지점에 도달했을 때 매수전에 뛰어들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샌드오일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이후 이 에너지가격은 꾸준히 하락했다.

그리고 채광권 또한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 대표는 2억달러를 투자한 이 공기업이 아직까지도 투자 손실을 모두 만회하지 못했다고 귀띔한다.

샌드오일 시장의 조기 공략을 권했을 때는 ‘시큰둥’하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매각가만 높여놓았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대표가 주목하는 지표는 금을 비롯한 귀금속, 그리고 원자재 재고물량의 변화이다. 그는 재고물량 추이 등에 비춰볼 때 내년 상반기 금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바로 달러화 가치의 추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 아프카니스탄 전쟁 등 달러가치에 영향을 줄 국가 간 전쟁의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그는 고백했다.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면 수수료가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파생결합증권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제언이다.

“원자재 투자는 매수보다 중요한 것이 매각의 시기를 고르는 일입니다.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매도가격과 보유시기를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서울대를 나와 위스콘신대학과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이 대표는 뉴욕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중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