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 문 열어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가 지난 1일 문을 열었다. 직접 금융(주식 거래)에서 소외됐던 중소·벤처 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자본 조달이 어려웠던 중소기업이 활성화돼 국내 경기 호전의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개장 이후 4일 연속 이어진 ‘코넥스 거래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걱정 반, 기대 반인 코넥스의 전망은 어떨까?

우리나라 기업은 세 종류로 분류된다. 유가증권이 주 무대인 중대형 기업,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우량 중소기업 그리고 ‘나머지’ 기업. ‘나머지’로 분류된 초기 벤처기업이나 덩치가 작은 기업은 유가증권 시장은 물론, 코스닥 시장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코스닥 시장의 상장(유지) 요건인 기업 규모(매출액, 자본총계 등)가 강화돼 중소기업이 상장하기까지 평균 9.3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코스닥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비상장기업의 자금 조달은 직접 금융(주식 발행) 방식으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은행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중소기업의 외부자금 조달비율은 은행자금이 83.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정책자금이 10.6%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주식은 1.1%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의 대출 비중이 높으면,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자부담이 커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1일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고, 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코넥스 시장을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코넥스(KONEX_Korea New Exchang) 시장은 이름 그대로 중소·벤처 기업에 특화된 ‘신시장’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진입 원활화를 위해 공모, 사모, 직상장 등 진입방법을 다양화하고, 진입 조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수시공시부담을 완화했다.

코넥스 규제완화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오는 10월부터는 코넥스 상장 기업의 반기 및 분기 보고서 제출과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 시한이 만료된 기업의 안정 펀드(PEF)를 3년 동안 연장하는 방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코스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1500억원 규모의 공동 펀드를 조성하며 거래 촉진에 나서고 있다.

“코넥스로 인해 중소기업 사정이 좋아질 것이다”라는 기대감 때문에 지난 1일, 21개 종목 중 20개 종목이 거래에 성공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평가액보다 평균 160%가량 높은 시초가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점점 시들해져 가는 것 같다. 개장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거래량이 줄어들고 가격조정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5일 기준, 전체 상장종목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단 한 곳도 없으며 일부는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날의 총 거래대금은 1억9752억원으로 개장 첫날에 비해 86%가량 감소했다.

거래 부진이 이어지자 증권가에서는 “코넥스 상장기업은 자본구조가 열악하거나 거래소에서 퇴출된 부실기업이 대부분일 것이란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거래량이 적은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기우’라고 설명한다. 코넥스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설치해 투자자와 상장기업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코넥스 시장은 ‘전문투자자, 기관투자자, 기본예탁금 3억원 이상의 개인투자자’로 시장 참여자를 제한해 거래 위험도를 낮췄다.

또 중소기업 투자전문성이 인정되는 창투조합(VC) 및 엔젤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허용해 모험자본의 선순환을 지원하고, 지정자문인 제도를 마련해 상장 중소기업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에 그동안 저평가됐던 기업들이 많이 진입했다. 코스닥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는데, 코넥스는 중소·벤처 기업들의 가치를 보여줄 무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