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위기라고 할 때가 바로 투자 적기다

김기덕의 ‘현장에서 들려주는 실전 부동산 투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4.1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전국에 남아 있던 악성 미분양 주택들이 빠르게 소진됐다는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4.1대책은 거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만큼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뚜렷했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독자들이라면 과거 4~5년간 부동산 경기가 얼마나 침체했는지, 그리고 4.1대책에 시장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4.1대책 이후 잠시간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던 시장은 급속도로 식었다. 현재 투자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얼마 전인가 한 매체에서 조사한 결과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자금이 약 400조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앞으로는 보편화된 일반투자로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진정한 투자 시기는 바로 남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가격이 하락하고 시장의 움직임이 둔화될 때 찾아온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투자시장의 흐름에는 이런저런 변화가 있겠지만, 앞으로도 투자 시기에 대한 이러한 진리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예를 든다면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까지 부동산 경기는 ‘불패신화’라 불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 갑자기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대다수 일반 시민은 예견하지 못한 초대형 악재에 대처하지 못하고 막대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파동의 반대편에서는 기회를 잡는 투자자도 있었다. 대출금리가 20% 이상 오르면서 살인적인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한 우량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투자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던 시기에 거의 헐값에 이러한 우량 물건들을 줍다시피 확보할 수 있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듯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누군가 손실을 본다면 기회를 잡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단지 우연에 따른 결과는 아니다. 부동산 시장의 성패는 시장에 대한 공부와 이해, 그리고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타이밍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수익을 볼 수도 있다. 2006년 창원시에서 거주하던 송기환(53세) 씨는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대신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였다. 송 씨는 30억 정도 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식품유통업을 하는 관계로 자금은 풍부했지만, 아들 둘이 경험 없이 이런저런 사업을 하면서 실패를 거듭해 현금이 새어 나가 고민이 컸다. 송 씨는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부동산 쪽에 투자를 결심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서울까지 와서 필자와 상담하게 됐다.

송 씨는 당시 운영하던 유통업은 지속할 것이라고 했고 단지 미래가치를 지닌 장기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필자는 오랜 시간 상담을 통해 송 씨에게 필요한 부분은 장기적인 투자가 아니라 두 아들을 위한 사업적인 방향으로 부동산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송 씨에게 그런 의견을 제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송 씨의 장남은 건축학과를 졸업한 상태로 약간의 실무적인 경험을 보완한다면 성공적인 사업가로 변신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 필자는 송 씨 거주지 인근 시장조사를 끝내고 창원시청 인근에 대지 104평짜리 3층 건물로 건축되어 있는 허름한 건물을 구매했다. 해당 건물은 수익이 나지 않고 노후가 심한 상태여서 당시 가격으로 9억2000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이후 필자와 송 씨의 장남은 기존 세입자의 임대기간이 끝나길 기다려 명도 후 7층짜리 오피스빌딩을 신축했다. 시장조사 결과 대형 규모의 오피스는 임차인을 맞추기 힘든 입지였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소형 규모의 오피스 빌딩으로 신축한 것이다.

7개월간의 공사기간이 지난 후 준공을 마친 송 씨의 건물에 세입자를 모집하자 소형 오피스를 찾던 임대 수요가 몰리면서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건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수익이 나지 않던 허름한 건물이 신축을 거쳐 월 임대료총액 1440만원의 수익형 부동산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송 씨의 투자금은 토지대 9억2000만원과 공사비 16억원으로 총액 25억원2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이에 임대 보증금 2억2000만원에 월 1440만원이 나오는 알짜 수익형 건물이 탄생한 것이다. 투자금 대비 연수익률만 계산해도 8%대의 높은 수익이 나오고 있는 데다 주변의 발전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30억 이상의 가격으로 매수자가 나타나 만약 매도를 한다면 5억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송 씨는 무리수를 던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당장의 최대 임대 수익만을 노린다면 건물에 대한 콘셉트와 임차자에 대한 콘셉트를 최적화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택했다. 우선 송 씨가 운영하던 유통업체가 별 무리 없이 순항하고 있었다. 깔끔한 이미지의 건물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은 이유가 됐다. 마침 당시는 IMF 외환위기의 여운이 남아 있던 시기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지 않고 투자를 진행한 송 씨의 건물은 다른 어떤 투자처보다도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그가 금융대출을 끼고 신축을 진행했다면 좀 더 큰 물건과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었겠지만, 더불어 그에 따른 리스크도 컸을 것이다. 송 씨는 풍부한 자신의 현금자산을 활용하되 과한 부담이 될 수 있는 대출을 배제해 투자수익을 높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이는 유통업을 운영하면서 경제 상황에 남다른 감을 갖고 있었던 송 씨의 특징이 빛을 발한 부분이었다.

필자는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상담을 하다 보면 터무니없는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만큼 남들이 다 아는 실패 요인을 투자자 본인만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익에 대한 희망이 너무 큰 나머지 객관적인 위험성을 간과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부동산 투자는 기본적으로 유형의 토지나 건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때론 임대 수요나 금리 등 지극히 무형의 요소에 의지하는 투자처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에서 시기와 타이밍 그리고 테크닉을 갖춰야 성공적인 스포츠맨이 될 수 있듯이 부동산도 투자의 시기와 타이밍 그리고 테크닉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투자 시기에는 따로 틀이나 법칙이 정해져 있지 않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나는 것처럼 부동산 투자 시기는 바로 남들이 말하는 위기와 불황의 시기다. 모든 위험에 대비하면서도 틈새를 찾아 먼저 움직이는 것만이 투자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다.

김기덕 salla7942@naver.com

현재 (주)KD D&C 김기덕 대표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부동산 실전투자 전문가로 자신이 겪은 생생한 경험을 들려준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DK컨설팅 대표와 (주)SND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문화복지사업단 장애인 부동산 무료 컨설팅 연구소장, 한국청소년연맹 부동산분과 자문위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