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커뮤니티 운영자 4인4색

국내 최초 아줌마 커뮤니티, 황인영 아줌마닷컴 대표 

사진: 스튜디오100

아저씨와 아줌마가 싸우면 무조건 아줌마 편이다.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아줌마 말이 옳다. 아줌마이면서, 속상한 일을 겪었다면 여기에 가보라. ‘찐~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아줌마의, 아줌마에 의한, 아줌마를 위한’을 모토로 한 ‘아줌마닷컴’ 얘기다.

혹시 ‘아줌마의 날’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5월 31일은 아줌마의 날이다. 나라에서 지정했느냐? 아니다. 황인영 아줌마닷컴 대표가 만든 날이다. 매년 이날이 되면 수 백명의 아줌마들을 모아놓고, 헌장에 따라 시상식도 거행한다. 황 대표는 “행사비도 만만찮을 텐데, 왜 나라에서 할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러게 말이다. 왜 이렇게 아줌마의 권익을 챙기는 걸까. 여성학을 전공했나, 그게 아니면 골수 페미니스트인 건가. “둘 다 아니에요. 근데 자꾸 사명감이 생겨요.”

아줌마닷컴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전무했던 2000년 출범했다. 현재 회원 수는 85만 명. 대부분 10년 이상 드나든 장수 멤버다. 황 대표는 “85만 명의 아줌마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보니, 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뭔지 자꾸 깨닫게 된다”고 했다.

원래는 광고대행사에서 일했다. 벤처붐이 일던 해, IT업계에 있던 남편이 “벤처기업 아이템 좀 달라”고 했고,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던 게 설립 계기가 됐다. “뭐가 좋을까 하다 보니까, 아줌마를 위한 커뮤니티가 없는 거예요. 그때는 사실 ‘커뮤니티’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그런 공간이요.” 그녀 스스로도 얘기할 상대가 필요했다.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가 있었고, 가끔은 ‘자기자랑’도 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TV에 요리사가 나오잖아요. 그럼 ‘이렇게 하면 더 맛있는데…’하는 생각이 들 때 있잖아요. 나만 아는 걸 자랑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정보가 모이면 가치깨나 있겠다 싶었던 거죠.” 그야말로 ‘커뮤니티’를 표방했기에 초기 사이트에는 달랑 게시판 하나가 다였다. 그간 소통에 목말랐던 주부 몇십만 명이 단숨에 모여들었고, 어느 포털에서도 볼 수 없는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누누이 “아줌마라는 존재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작한 ‘가정비전프로젝트’도 이의 일환이다. 가정 전체의 비전을 설정하면 개인(아줌마)의 역할 또한 가치를 발한다는 차원이다. 회원들 간 비전 공유를 위한 오프라인 세미나도 개최해 아줌마들의 사기를 진작할 계획이다. 조만간 일본과 미국의 현지인 주부 커뮤니티와 교류할 생각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아줌마들이 민간 외교관이 돼 새로운 가치를 얻길 바라면서.

그는 집에서는 여느 엄마와 다름없다. 아침밥을 차리고, 초등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을 배웅한다. 금요일은 드라마 돌려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다만 조금 바쁜 엄마다. 6시에 일어나 헬스장에 다녀온단다. 어쩐지 아줌마라기엔 몸매가 너무 늘씬한 것 아닌가 싶었다. 올해 46세인 그에게 “30대 후반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더니, “‘현대나이’라는 게 있대요. 실제 자기 나이에 0.8을 곱하는 거죠. 그럼, 36.8세니까 제대로 보셨네요. 호호”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내 “아직 20대이시죠?”라는 입에 발린(?) 물음도 잊지 않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아줌마는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