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모르겠거든 시장에게 물어보라’는 증시속담이 있다. 경제수장들도 헷갈리는 한국 경제의 향방, 과연 시장 전문가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은행, 증권, 부동산을 대표하는 각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증권시장“4분기, 물가 뛰면 의미 있는 출구전략 나올 것”
“국내 성장률은 내년 2분기부터 약화될 것입니다. 올 4분기는 전년 동월 대비 좋게 나타나겠지만 이는 착시현상으로 왜곡된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에 전분기 대비로 봐야 합니다.

향후 경기선행지수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반적으로 경기는 선행하기 때문입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에서 말하는 경제전망은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지만, 증시에서는 경기선행지수를 기준으로 본다면서 이에 국내 증시는 올해 말에서 늦어도 내년 초를 정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국의 더블딥 우려에 대해서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일축했다.

금융위기의 근원지가 미국이기 때문에 중국, 한국 등 아시아는 타격이 적었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부실과 위기는 돈을 빌려주지 말아야 할 곳에 빌려줬기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그런데 “국내 경제를 더블딥으로 이끌 만큼 국내 기업이 부실인가, 또한 조기 금리인상을 단행할 정도로 국내 경기가 과열인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두 가지 다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가장 회복속도가 빨랐던 한국이 더블딥에 빠질 정도면 전 세계 상황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부에서 환율 요인을 경기하락 요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지만 수출은 단가와 물량의 함수라면서 기업수출에서 환율은 가격 요인일 뿐이며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미 물량이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전 세계 흐름과 같이 봐야 합니다. 미국이 현재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소비가 좋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소득을 모두 빚 갚는 데 쓰고 있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부채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소비가 증가하거든요. 이에 빚 부담이 줄어드는 2010년 4월부터는 미국의 소비도 긍정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경기는 외생적인 변수를 제외하면 물가상승 요인이 없다고 진단했다. 원자재가 상승하기 때문에 물가도 오르는 것인데 이는 통화정책으로는 막아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 세계 통화정책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물가상승이 11월부터 시작돼 지표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일 11월부터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의미 있는 출구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물가는 4분기부터 강하게 움직일 겁니다. 이에 출구전략의 당위성이 무르익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행은 내년으로 넘겨야 할 것입니다. 출구전략이 생각보다 강도가 높거나 시기가 빠르다면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국내 경제, 잠재성장률 수준 성장세 이어갈 것”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의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력한 총수요 확대 정책에 의해 국내 경기는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이에 국내외적으로 잠재 위험 요인이 다수 남아 있으나 향후 수년간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선태 국민은행 시장연구부 팀장은 하반기 경제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전망하며 강력한 총수요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저인플레이션 환경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론적으로 볼 때 안정 성장을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겪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선제적 금리인상은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일부에서 우려하는 더블딥은 금리인상 시기가 너무 늦을 경우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최근 추가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등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일갈했다.

그는 “올해 의회를 통과한 79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 중 올해 집행은 1800억달러 수준이며 내년 중 3994억 달러, 2011년에 1344억 달러가 집행될 예정”이라면서 “인프라 투자 효과는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기에 금융여건 개선과 재고조정 마무리로 인한 생산 증대 등도 더블딥에 대한 우려를 희석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소비시장의 회복속도는 주택시장과 고용회복 지연 때문에 느려질 것으로 예상돼 경기회복의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은 올 하반기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본격적인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실업률의 증가속도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내년 실업률은 1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한 가지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인플레이션 우려는 사그러든 것이냐는 질문에 “순환경기상 국내 GDP는 3분기 말부터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지속성장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강만수 대통령자문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등 경제수장들이 이견을 내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혼란스럽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실제 경제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업계 관계자로서의 시각은 어떤지가 궁금했다.

김 연구원은 “물론 정책 영역의 측면에서 보면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최근 경제수장들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은 큰 이견이 없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폴 크루그먼 등 국제사회는 국내 경제를 더블딥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국내 경제수장들은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유가 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저인플레 환경이 유지되면서 정책 효과가 예상보다 양호하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과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 신성장동력의 개발에 대한 자신감 등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정부가 이미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융위기 시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공급했던 유동성을 정상화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미 출구전략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엄격하게 출구전략을 긴축 또는 금리인상으로 정의하면 출구전략은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금리인상을 필두로 출구전략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시장“유동자금 부동산 유입, 과열 아니다”
우리나라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시그널이 펼쳐지면서 자산시장의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과열로 인한 자산가격 거품이다.

한은 수장인 이성태 총재는 “우리나라 부동산 과열 현상은 문제가 크다”고 경고의 수위를 높여가며 부동산발(發)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총재의 경고처럼 과연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현재 부동산시장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과열인가?’라는 질문에 ‘글쎄’라고 대답할 뿐이다.

과열이라고 하기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지표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GS건설경제연구소 지규현 박사 역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치닫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종 자료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과열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

지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투기적인 과열 현상이 아니라 기대 수요에 따른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가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경고하는 것은 가계 부채 비중이 주택 대출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규현 박사는 “현재 대출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지난 2007년 연말과 작년 초 신규 아파트 구매자들의 입주 물량에 따른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며 “한은이 오해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부 지역과 수도권의 경우 입주 물량이 많다 보니 중도금이나 잔금 대출 수요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 반드시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지 박사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과열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주택거래시장이 뚜렷하게 회복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 실제 부동산시장은 공식적으로 13만여채가 넘는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고 일부를 제외한 지방 전역에서 선 순환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규현 박사는 “기존 주택 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고 현재 전국의 미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소진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며

“시중에 풀린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에 들어온 것이지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시기에 대해 지 박사는 내년 2분기 이후에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 박사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올해나 내년 초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더블딥(W)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출구전략인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시행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지 박사는 “현재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며 “실업률이나 소비 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한은이 생각하는 인플레이션 문제는 추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섣부른 판단을 경고했다.

그는 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담보대출 영향에 대해서는 인상폭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겠지만 주택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현재 주택가격에 대해서는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파트가격이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상황이라는 것.

지규현 박사는 “집값 조정이 되지 않는다면 거래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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