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커피 생산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넓은 영토와 아열대 기후라는 커피 생산지의 기본 조건을 갖춘 윈난성이 중국의 대표 커피 원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보이차 생산지로도 유명한 이곳이 커피를 앞세워 재조명되면서 스타벅스나 네슬레 등 글로벌 커피업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차의 대국으로 불리던 중국이 머지않아 커피마저 집어삼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차(茶)의 본고장으로 알려져왔다. 영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홍차(紅茶)도 본디 중국에서 수입된 녹차(綠茶)였는데 이것을 가져다가 입맛에 맞게 우유도 넣고 설탕도 넣어서 마시는 등 변화시킨 것이다. 영국의 귀부인들이 애지중지하던 찻잔 세트들도 자세히 눈여겨보면 중국의 찻잔 무늬 등을 본뜬 제품이 종종 보인다.
세계 차 문화의 고향으로 자부심이 대단한 중국이 또 다른 세계적 음료인 커피의 고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세계에서 커피가 주로 생산되는 곳은 열대 혹은 아열대 지역으로 중남미 지역의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자메이카 등이 있으며,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에티오피아, 예멘, 탄자니아 등에서도 커피가 생산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지역에서 커피를 생산한다.
중국은 넓은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아열대 기후를 가진 남서부 윈난성(운남성,云南省)을 커피 원산지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평균고도가 2000m에 아열대 기후를 가진 윈난 지역은 본래 푸얼차(보이차, 普洱茶)의 고향이다. 푸얼차는 녹차와 달리 발효차로 흑차의 일종이다. 많은 중국인에게 사랑받는 푸얼차의 본고장이 어떻게 해서 커피의 원산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일까.
윈난성과 커피는 의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윈난성에서의 커피 재배는 1902년 프랑스 선교사가 커피를 소개한 이후 소규모이나마 100여 년 이상 이어져왔다. 커피 재배의 규모가 비교적 커진 것은 지난 1980년대부터다.
2011년 기준 윈난의 연간 커피 생산량은 약 6만 톤으로 중국 전체에서 생산되는 커피 중 95%를 차지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커피의 2011년 수출총액은 1억달러(약 1150억원)를 넘으면서 담배, 채소, 버섯과 함께 윈난 지역의 4대 수출품목이 됐다.
윈난성 전체 커피 생산량의 30%가량인 3만6500톤이 푸얼시에서 생산된다. 인구 236만 명의 이 도시에서는 커피 재배 농가가 점점 늘어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커피 재배면적이 30%나 늘어 4만3000헥타르가 됐다. 푸얼차로 유명해 이름조차 푸얼시인 이 도시에서 커피 농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재미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밤낮의 큰 기온 차와 아열대 기후, 많은 강우량 등은 차를 재배하는 데도 적합하지만 커피 재배에 안성맞춤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언덕이 많고 지대가 높아서 쌀을 재배하기 어려운 윈난 지역은 한때 가난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지역이었고 많은 농부가 쌀농사를 지어도 가족조차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소득이 적었다. 그러다가 지난 1992년 커피콩 1kg이 28위안(한화 5200원)정도로 팔리자 푸얼시의 농민들은 앞다투어 커피 재배에 나섰다.
한참 커피콩 가격이 오를 때는 1kg에 40위안(한화 7500원)까지 올라 1년 농가소득이 40만위안(한화 7500만원)을 넘는 가구도 나왔다. 이 덕분에 현재 푸얼시의 커피 재배 농가는 평균적으로 3.5헥타르의 커피 재배 면적에서 월평균 1만5000위안(한화 281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푸얼시 평균 소득의 3배 수준이다. 푸얼시는 2016년까지 커피 재배 면적을 현재의 4만3000헥타르에서 6만6000헥타르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푸얼차의 생산면적이 여전히 많아 커피의 6배가량인 24만 헥타르에 달한다.
윈난성은 커피를 지역 특산품으로 삼아 2020년까지 커피생산량을 연간 20만 톤, 340억위안(약 6조3700억원) 규모로 늘리고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100억달러(약11조5700억원)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업체인 스타벅스는 중국 아이니그룹과 함께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윈난성에서 커피 원두를 생산·가공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팔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밝힌 바 있다.
네슬레는 이미 지난 1988년부터 윈난성의 아라비카 커피 원두를 공급받아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만1400톤의 커피 원두를 사들인 네슬레는 2015년에는 1만5000톤으로 구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네슬레는 푸얼시 정부와 함께 트레이닝 센터도 설립해서 지역 농가들의 커피 재배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녹차가 아닌 커피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의 풍습>
중국인들은 여름철 몸보신을 어떻게 할까?
가만히 앉아 있어도 푹푹 찌는 더운 여름날. 한국에서는 인삼이 들어간 삼계탕으로 몸보신도 하고 시원한 냉면으로 입맛을 살리고 얼음이 가득한 팥빙수로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중국에서도 여름철에 즐겨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먹는 녹두탕이다. 중국 의학에서 녹두는 그 성질이 서늘하고 해독작용이 있어 몸속의 열과 독소를 제거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녹두는 갈증을 제거하고 피부의 보습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중국 사람들은 여름의 더위를 쫓고 몸의 수분 보충을 위해서 녹두탕을 즐겨 먹는다. 녹두탕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여름철이면 인근 식당 어느 곳에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녹두탕은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데 녹두를 깨끗이 씻어서 푹 삶아 죽처럼 만들어서 그 물과 함께 마시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이나 식당에 따라서 조금씩 같이 넣는 것도 다른데 율무나 쌀 등을 섞기도 하고 녹두의 껍질을 모두 제거한 뒤 만들기도 한다. 물을 많이 넣어서 차를 마시듯이 물통에 넣고 다니면서 먹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되직하게 끓여서 죽처럼 수저로 떠먹는다.
식당에서 파는 녹두탕은 대부분 설탕을 넣어서 달착지근하게 만들어 후식처럼 먹을 수 있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