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개최한 제648회 수요정책포럼에서
조환익 코트라(KOTRA) 사장이 ‘한국 경제의 미래와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Profile / 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를 통해 특허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상공부(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와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근무했다. 통상산업부 중소기업정책관,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과 차관보 등을 거쳐 차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수출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KOTRA 사장에 취임했다.

작년 말 만들어낸 개념이 ‘역(逆)샌드위치’이다. 샌드위치는 이건희 전 회장이 우리나라는 일본에 도저히 품질을 못 따라가고, 가격으로는 중국에 밀린다고 해서 한 말이다. 그런데 그것을 역으로 보니까 충분히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제품의 품질에 질 것이 없다. 중국 제품의 가격도 이제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국도 오를 만큼 올랐다.

이럴 때에 우리가 한번 치고 나가면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해서 역샌드위치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그 개념을 만들고 1년10개월 지나고 난 현재 예상대로 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밖에서 몰랐던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코트라에는 매일 전 세계에서 리얼타임으로 동향이 들어온다. 피상적으로 알고 이론으로서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그런 경제분석은 지금은 안 된다. 아주 섬세하게 시장을 파악할 때에 거기서 뭔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제회복을 내수로 했다. 중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전부 내수로 했다. 우리나라 경제인들 역시 내수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내수도 진작시켜야 하고 서비스산업으로 가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승부할 것은 수출이고, 그 다음에는 제조업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 때문에 주가가 이 정도 오르고 경제가 안정이 됐다. 환율이 안정이 되고 주가가 오르는 것은 여러 가지 그동안 통화스와프이라든지 이런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2월부터 무역흑자가 크게 나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다 줄었다. 준 정도가 아니라 거의 50% 이상 급감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만 외국인 투자가 늘었다.

한국만 8월까지 10%가 늘었는데, 한국에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에 돈은 굉장히 많다. 어차피 10여 년전에 비하면 모든 것이 과잉유동성 문제 때문에 생긴 문제지만 10여년 전에 비하면 세계 금융자산이 거의 2.5배 늘었다.

결국은 유동성 흐름이 다시 오면서 뭔가에 다시 투자가 되고 그럴 텐데, 그 돈들이 잠복되어 있다.

중국 쓰촨성 청두시 신국제회의전람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서부박람회의 ‘2009 한국우수상품전’을 찾은 원자바오(가운데) 중국 총리를 조환익(오른쪽) KOTRA 사장이 안내하고 있다.


트렌드를 못 쫓아가면 기본적으로 탈락하는 것이고, 트렌드를 뒤늦게 쫓아가면 비용이 많이 든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 트렌드를 스스로 만들어서 팔 때가 됐다.

외국인들 제조업 기반 탄탄한 한국에 투자
소비패턴이 많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1달러짜리 중국산 티셔츠를 5장 구매하거나 5달러짜리 브랜드 티셔츠를 구매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3달러짜리 한국산 티셔츠로 몰리고 있다.

중국산은 사보니 싼 게 비지떡이라고 질이 떨어지고 굳이 5달러짜리 브랜드를 사기보다는 질 좋고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는 3달러짜리 한국산을 사는 것이다. 소비패턴이 점점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한국에 대해서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이 부품도 사고 소재도 사야 하는데, 살 데가 마땅찮다.

중국은 정밀도를 봐서는 자신이 없고, 일본은 비싸서 안 되겠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최초로 토요타 문을 뚫었다. 그만큼 바이어들이 실용적 구매를 한다.

그리고 마케팅 능력은 진짜 대단한 우리 DNA다. 인도 같은 곳에서 우리 전자제품들이 중국제, 일제 다 물리치고 장악하고 있는 이유는 구석구석 다니면서 현지화하고 그 사회에 기여하고, 거기에 우리 제품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 이렇게 못한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이 트렌드를 쫓아가서는 안 된다. 트렌드를 못 쫓아가면 기본적으로 탈락하는 것이고, 트렌드를 뒤늦게 쫓아가면 비용이 많이 든다.

예를 들면 지금 핸드폰에서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가는 곳은 바로 디자인이다. 과거에는 안에 칩이라든지 설계 이런 것에 돈이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디자인이다.

이제는 트렌드 스스로 만들어 팔 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CSR이다. 적자를 내도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 이제 기업의 친환경, 친소비자 이미지는 주가에 바로 영향을 미치고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하게 지역에 기부하는 차원이 아니고 착한 기업이 되어서 그 나라 소비자 시민들 입에 오르내리는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이게 성패의 요소다.

IMF 때 기업들이 제일 먼저 자른 것이 연구인력이었다. 특히 중소기업들을 보면 당장 돈이 안 된다고 기업연구소 다 없애고, 연구인력을 잘랐다.

다행스럽게 이번에 보니까 물론 우리 기업은 기본적으로 해고를 거의 안 했지만 특히 연구소에 대해서는 손을 안 댔다.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고 오히려 R&D투자가 더 늘었다. 어찌 보면 학습 효과다.

한 우물 파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화두가 있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은 어디서 나왔느냐면 일본 토요타 경영에서 왔다.

그런데 지금은 한 가지를 선택해 집중해서 되는 사회가 아니다. 지금은 기술의 변화가 굉장히 빠르고 트렌드도 급속도로 변한다.

이 분야가 돈을 벌고 있지만 금세 다른 경쟁자가 새로운 상품을 들여와서 그 시장이 없어지도록 만든다.

공력을 더 들여야겠지만 메뉴를 다양하게 가지고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현대중공업의 경우에 조선산업이 어렵지만 배 한 척 팔아서 얻는 순이익이 한 7~8% 정도 된다면 그 배를 주로 외국계인 선박금융 은행에서 선주한테 빌려주고 받는 이익은 12~13%가 된다. 이러 부분에도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 과거와 다른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대해 언급하겠다. 중국 내륙의 유통은 일본이 대부분 이미 들어가서 점유를 하고 있다.

유명 백화점들이 대부분 들어가 있고, 한국의 백화점이나 유통회사가 들어가려다가 결국 크게 못 들어갔다. 연안 쪽에만 있고 내륙에 본격 진출을 못 했는데, 지금부터 들어가야 한다.

덩샤오핑의 개방개혁 전략이 연안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선-면 형태로 들어갔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일단은 점, 동부 쪽에 우리가 거래하고 있던 곳을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 연안 쪽에서 시작해서 주요 거점도시들, 청두, 우한, 시안, 충칭 등 이런 지역으로 연결이 돼서 그 지역의 유통업자들하고 거래가 연결이 되고 그것을 통해서 다시 지역 면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게 덩샤오핑의 정책이다. 우리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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