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집들이 선물로 향초를 준비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일반적인 집들이 선물로는 휴지나 세제를 떠올릴 수 있는데, 최근에는 향초를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 향초는 예전에 번창하라고 전달했던 팔각성냥과 마찬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향초에 포함된 성분 중 파라핀은 화학물질로 건강에 해로워 항상 논란이 돼왔다. 요즘에는 향초는 파라핀으로 만든다는 인식을 깬, 100% 천연재료로 만든 향초가 주목받고 있다.

 

 ‘볼루스파(voluspa)’라는 미국 향초 브랜드는 코코넛왁스와 소이왁스, 살구왁스를 혼합해 만든다. 향초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천연왁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코코넛, 소이, 살구 등을 냉온에서 프레싱해 오일을 추출한 후 이를 고체로 만든다.

이렇게 제작된 왁스로 향초를 만드는 만큼 화학물질이 첨가될 여지가 없다. 볼루스파는 향초 사용이 일반적인 미국에서도 건강을 고려하는 제시카 심슨, 스티븐 스필버그, 할 베리 등 할리우드 감독과 배우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향초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100% 천연재료로 만든 향초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아로마 전문 브랜드 ‘일나뚜랄레’를 운영 중인 김미순(53세)·김미자(48세) 씨 역시 최근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천연 향초를 판매하고 있다.

매장 특성상 천연 화장품이나 천연 향초를 구입하려는 고객의 문의가 많았던 만큼 판매를 결정하게 됐다고 한다. 김미순 씨는 향후 힐링 문화가 확산될수록 100% 천연재료로 만든 향초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한 프리미엄 상품의 등장은 도시락 전문점 시장의 프리미엄 도시락에서도 잘 나타난다. 2008년 외환위기 후 도시락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직장인에게 인기를 끌면서 관련 업계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특히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25%를 차지하게 돼 올해는 2조원대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도시락이 인기를 끌면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식당을 방문해 식사를 해결하는 일반적인 모습과 함께 도시락을 구매해 사무실이나 인근 벤치에서 식사하는 모습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도시락은 이제 알뜰함의 상징만은 아니다. 최근 프리미엄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락은 일반 한식이나 양식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식사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맛과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으로 발상이 전환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쌈 도시락 전문점 ‘쌈도락’을 운영하고 있는 김유리(42세) 씨는 쌈과 훈제불고기로 구성된 도시락 판매로 하루 평균 1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 씨 매장의 인기 이유는 쌈과 훈제불고기 등으로 구성된 영양 만점의 슬로푸드를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처럼 간편히 즐길 수 있도록 제공했기 때문이다.

쌈 도시락은 케일, 깻잎, 곰취, 절인 깻잎, 절인 무 등 다섯 가지의 쌉싸름한 쌈 채소와 훈제 향이 가득한 불고기로 구성돼 있다. 올 상반기에는 ‘100% 천연물질로 만든 향초’나 ‘불고기와 쌈을 즐길 수 있는 도시락’ 등 발상을 전환한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60대에게 추천되는 패션 가발’이라든지 ‘100% 무해한 유기농 페인트’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세종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랜차이즈 창업·유통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