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는 SK에너지 기술연구원에서 한 연구원이 대체에너지로 활용되는 신물질을 개발, 시험하고 있다.


SK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 역사는 그룹 특유의 ‘사업화 연계 연구개발(R&BD, 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과 궤적을 같이한다.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은 평소 “기업 연구의 최종 목표는 사업 개발이기 때문에 연구만을 위한 연구는 안 된다”며 “아무리 오래 걸려도 사업이 된다 싶으면 집요하게 R&D에 매달려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무한창조’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선경합섬연구소는 지난 1979년 설립 이후 폴리에스터 태세사, 첨단 신소재인 탄소섬유 개발 등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SK그룹의 성공기반을 다져왔다.

최종현 선대 회장은 1985년 4월에는 선경화학(현 SKC) 연구소를 설립토록 했다. 1986년 ‘꿈의 오디오’라 불리는 콤팩트 디스크, 1990년에는 광자기 디스크 및 감열전사 포일 등을 연이어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SK그룹의 기술개발 역사는 1987년 7월 선경합섬 생명과학연구소 발족과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성공 확률 0.0002%의 신약개발에 나선 최종현 회장에게 당시 연구원들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걱정하자, 최 회장이 “10년이 아니라 최소 20~30년은 걸릴 것이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며 장기적인 관점의 기술개발 추진을 당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연구소는 설립 이후 국내 신약 1호인 항암제 ‘선플라주’를 비롯해, 은행잎 추출물을 이용한 혈액순환 개선제 ‘기넥신’, 국내 최초의 비마약성 진통제인 ‘염산 트라마돌’ 등을 개발하며 국내 신약개발 역사를 새롭게 썼다.

1980년대 울산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유공(현 SK에너지)의 R&D도 1995년 대전 대덕기술원 개원을 전후해 한층 활기를 띠었다.

종전까지 수입에 의존해 왔던 연료유 첨가제 2종을 1993년 국내 최초로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획득했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곰팡이 제거제인 팡이제로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했다.

선박용 엔진오일 슈퍼마와 고품질 엔진오일 ZIC 등 히트상품 개발의 산실도 바로 이 연구소였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이동통신 선진국으로 자리 잡는 데는 SK텔레콤(SKT)의 역할이 컸다.

1992년 정부가 CDMA를 이동통신 단일 표준화 기술로 선정하면서 시작된 SKT의 CDMA 상용화 작업은 무수한 난관의 연속이었다. 미국의 퀄컴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기는 했지만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CDMA 상용화작업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SKT는 1994년 11월 시험통화에 성공한 데 이어 96년 1월 인천, 부천지역에서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00년 1월에는 세계 최초로 이동 중에 국가 간 영상통화를 가능케 하는 IMT-2000 테스트에 성공한 데 이어 2002년에는 3G(EV-DO) 서비스, 2004년에는 위성 DMB서비스, 2006년에는 3.5G(HSDPA) 상용서비스를 도입, IT 후진국이던 우리나라를 당당히 정보통신 강국으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이 됐다.

신기술 R&D의 전초기지인 국내외 연구소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재 중국 상하이 신약개발 연구소, 미국 뉴저지 의약개발센터와 글로벌 솔루션 랩 등 총 18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