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성 복권중심 관련자가 기자회견장에서 600억원 복권 당첨을 발표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는 때 아닌 복권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8일 중국 복권 사상 최고액의 당첨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첨금액은 무려 3억5990만위안(약 600억원)이나 된다. 주인공은 허난(河南)성 안양(安陽)시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그가 내야 하는 세금만도 우리 돈으로 120억원에 달한다.
당첨금은 지난 2007년 11월 간쑤(甘肅)성에서 나온 기존 최고액인 1억1300만위안보다 3배나 많다.

세금을 제외한 순 상금으로 최고급 승용차를 700대나 살 수 있고 고급주택도 70채나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은행에 저축하면 연 이자가 우리 돈 10억 원을 넘는다.

그가 산 로또복권은 1장에 2위안(약 340원)짜리인 흔한 복권인데 1~33번 빨간색 공 가운데 6개를 맞추고 1~16번 파란색 공 1개, 총 7개 번호를 맞춰야 한다.

1등 복권의 당첨금 한도가 500만위안인데도 그가 받은 상금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려 88장의 복권을 똑같이 써내 맞췄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맞춘 복권 수대로 상금이 주어지므로 똑같이 써낸 복권이 많을수록 상금은 배로 늘어난다.

이번에 1등 당첨된 복권 수는 전국에 걸쳐 총 93개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화제의 주인공이 혼자서 88개를 갖고 있던 것. 결국 모든 1등 당첨자에게 줄 총상금이 모자라는 바람에 복권당 당첨금 한도도 409만 위안으로 줄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당첨 사실 확인 이후 그는 바로 가족을 데리고 조용히 사라졌다고 한다.

사상 최고액의 복권 당첨 소문이 퍼지면서 행운의 복권을 판매한 복권가게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복권을 사지 않던 사람뿐 아니라 취재하러 온 기자들도 수십 장의 복권을 샀다고 한다.

복권가게 주인도 희희낙락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손님과 인지도 덕에 복권가게를 하나 더 늘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역대 최대 금액의 복권 당첨자를 배출한 안양시는 300개의 축하 현수막을 각 복권가게마다 걸게 했다.

워낙 베팅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틈만 나면 내기를 걸기로 유명하다. 특히나 돈벼락을 맞을 수 있는 복권의 인기는 대단하지만 이번 소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중국인들의 마음은 더욱 설레게 됐다.

이번 복권 당첨 소식은 중국 전역에 퍼지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을 찾아내기 위해 네티즌들이 인육검색(人肉搜索) 수준의 조사를 벌이는 것.

언론들도 그의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해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복권가게도 집중조명돼 앞다퉈 가게 주인을 인터뷰 해댔다. 1등 당첨자의 당시 옷차림,외모 뿐 아니라 복권 구매 시간까지 화제가 됐다.

그러자 무리한 관심을 자제해줄 것과 당첨자의 비밀 유지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또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당첨되기 20여일 전에 한 네티즌이 ‘복권 당첨으로 3억위안을 받게 되면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실이 밝혀진 것.

우연의 일치겠지만 네티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관련 댓글만 3만개가 넘어섰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