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출구전략 발표 후, 우리나라 비우량 회사채 금리가 9%선을 돌파했다. 이에 해운·조선·철강업계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주식, 채권, 외환 시장에서 증시 침체 징후가 나타나자 회사채 금리마저 급등해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19일 3.18을 기록했던 3년물 회사채 금리(우량 회사채/AA-등급)는 꾸준히 상승해 21일 3.4를 찍었다. 지난해 9월 17일(3.41%)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금리 상승폭은 비우량 회사채의 경우 더 컸다. 2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우량 회사채(BBB-등급) 금리는 지난 19일 8.75%에서 20일 8.97%로 소폭 오른 뒤 21일엔 다시 9.05%로 상승했다. 비우량 회사채 금리가 9%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7월 23일 이후 11개월 만이다.

'버냉키 쇼크'로 회사채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회사채 거래량은 19일 7565억원에서 20일 3835억원으로 49.3% 감소했다. 수요가 없자 회사채 발행도 뚝 끊겼다. 그나마 대기업 사정은 낫지만 중소기업은 올해 1~4월 회사채 발행 실적이 전혀 없다. 신용등급별로 봐도 올해 들어 4월까지 BBB- 등급 이하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1720억원에 그쳐 전체 일반회사채 발행액의 1.1% 수준에 머물렀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의 주식 발행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양쪽 창구가 모두 막힌 셈이다. 기업 자금 경색이 우려되는 분위기 속에서 해운, 조선, 철강 등 취약업종과 한계기업의 자금 경색으로 도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작년 9월 웅진 사태에 이어 최근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까지 악재가 겹치며 해운업계 관련 회사채 시장은 냉각된 상태다. 해운업 3위 업체인 STX팬오션은 지난 17일 법정관리가 결정됐다. 이로써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4개 해운업체 중 2곳(팬오션·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조선업계도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STX조선이 유동성 부족으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고, 6월 초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재개됐다. 실제 2011년 6월 4만8200원이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21일 기준 2만4550원으로 폭락한 상태다.

업황이 바닥을 기고 있는 철강업계에도 냉기류가 도는 것은 마찬가지다. 버냉키의 발언으로 원高엔低 기조가 하반기로 갈수록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원高엔低는 일본 수출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게 불리요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엔화가 약세면 일본의 수출가격은 유리해지지만 원료 확보 측면에서는 불리해지기 때문에 가격을 변동해서 무기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해운, 조선, 철강 등 취약업종의 회사채 금리와 거래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따른 일시적인 공황상태로 끝날지, 하반기까지 지속 추세가 될지 지켜볼 것”이라며 “필요하면 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