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인 동부하이텍 사장
■ 박용인 사장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LG반도체를 거쳐 지난 2007년 동부하이텍으로 영입됐다. 그는 디스플레이사업부를 창설, LDI 개발을 주도하는 등 아날로그 및 시스템IC분야 전문가다.

최근 반도체와 LCD로 대표되는 IT 산업이 국내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인 삼성전자가 4조원 이상의 분기 영업이익을 시장에 내놓았으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도 예상을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예측하며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실적 개선 자체는 매우 환영할만 한 일이지만 실적 개선의 원인에 대하여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각이 있다.

최근의 실적 개선은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환율의 영향이 켰으며, 해외 경쟁사들의 감산과 사업 철수로 인한 반사이익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4분기에는 3분기보다 못한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산업과 기업이 미래를 대비하여 체질을 건강하게 개선했느냐는 점이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구조조정보다는 국가와 기업이 경쟁력 있는 고수익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메모리반도체는 1990년대 이후 줄곧 수출 1위 산업으로 한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강국인 한국은 유독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2%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로 메모리반도체시장(470억달러)과 규모가 비슷한 아날로그반도체 분야는 이제 겨우 태동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시장 규모가 450억달러인 아날로그반도체는 라이프 사이클이 길고 가격 등락이 완만하여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하는 선진국형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산업이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척해야만 할 산업이다.

아날로그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의 육성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 조선, 국방, 건설, 의료 등 5대 주력산업의 궁극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 산업의 자립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반도체 산업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다.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와 맥심, 일본의 내쇼날반도체와 산켄전기 등 상위업체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우수한 핵심 기술인력을 과감하게 영입하고 꾸준히 육성하는 것이다.

아날로그반도체 산업은 나노급 공정과 대규모 생산라인이 필요한 메모리와는 달리 신뢰성이 검증된 소자와 공정기술, 안정된 설계 환경, 우수한 엔지니어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반도체설계업체)의 협력시스템 구축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 수요자인 대기업과 공급자인 중소기업이 공동 마케팅을 펼쳐 2015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10%를 점유한다는 목표로 ‘스타 시스템반도체(SoC)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미래를 읽고 준비하는 혜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의 대열에 진입했지만 경제전쟁 시대에 영원한 강국은 없다.

국가와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으로, 즉 더욱 강한 체질로 도약하지 않는다면 결국 도태될 뿐이다.

국민의 관심, 정부의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기업들의 도전정신과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나라가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서서 한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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