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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칼바람 부는데, 한국금융지주‧키움증권 순풍 왜

 

사진 =이미화 기자

 

증권사들의 실적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수익구조 특성상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거래대금 축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특화된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가며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는 증권사가 있어 눈에 띈다. 이중에는 지점통폐합이라는 고육지책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선 증권사도 있다.

#요즘 들어 국내 증권사 강남 PB센터에 근무하는 윤태영(만 45세, 가명) PB의 앓는 소리가 심해졌다. 2002년만해도 몇몇 대형점포는 고객들이 돈을 들고 찾아왔다. 덕분에 직접 영업을 뛰지 않아도 매일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윤 PB는 최근 명동지점에서 VIP만 상대한다는 강남센터로 자리를 옮겨왔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주식거래를 하는 고객이 급격하게 줄어 그쪽을 전문으로 하는 윤 PB의 한숨이 깊다. 실적이 안좋다보니 인센티브는 바라지도 못한다. 그나마 지점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만 감사할 일이다.

요즘 들리는 증권사의 현 실태다. 증권업계에 칼바람이 분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일부 증권사는 고육지책으로 지점 통폐합을 비롯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2011년 112개였던 지점을 79개로 대폭 줄였다.

대신증권 또한 지난해 10곳을 통폐합한데 이어 올해 추가로 20곳을 정리했다. 이중 서울지역이 11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로써 지난해 105개였던 지점은 84개로 축소됐다. 동부증권 또한 5개의 영업점을 통폐합했다.

인원감축도 한창이다. 지난해 증권사 임직원 수는 전년대비 1253명 줄어든 4만2802명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임직원이 줄어든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 수도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 추세다. 증권사들이 이렇게 제살 떼어 내기에 여념이 없는 건 지속되는 실적악화 때문이다.

대우증권을 비롯해 22곳 증권사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개별실적 기준으로 모두 전년 동기대비 절반 넘게 감소했다. 특히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56.6%로 감소한 433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3월결산법인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경우 영업이익이 -82%로 가장 크게 줄었으며, NH농협증권도 -65.2%를 기록했다. 그리고 교보증권과 유진, 한화투자, 현대증권은 적자 전환했다.

같은 영업이익 증가도 속은 다르다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거래대금 감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락한 주가지수는 2010년 이후 예년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2007년 1864조원을 기록한 후 2011년까지 등락을 거듭하다가 지난해 다시 줄었다. 증권거래대금 감소에 따라 지난해 1분기(4~6월) 증권사 수탁수수료가 전년 동기 1조4490억원에서 91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증권사의 수익성은 급속도로 악화돼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 62개 중 21개사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고, 10개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견조한 성과를 올리는 증권사가 있어 눈에 띈다. 신영증권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무려 54%나 증가했다. 미래에세증권과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운용지주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국금융지주는 4분기(1~3월)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전년 동기대비 48.56% 증가한 816억300만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직전분기대비로는 이는 직전분기대비로는 -8.61% 줄어든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전년 동기대비 39.32% 증가한 357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직전분기대비로는 -7.12%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금융지주가 주식거래대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리테일 오프라인 및 온라인 브로커리지 약정 점유율 유지를 든다. 현재 한국금융지주는 각각 13%와 7%의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이를 통해 실적방어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자산관리(WM)부문에서는 브라질 국채 등 해외채권과 물가연동채 판매에 집중했다.

특히 자문형 랩(Wrap) 등 보수가 높은 자산 잔고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국토해양부, 우정사업본부 등을 상대로 사모 형식의 채권형 랩을 다량 판매해 잔고가 4조2000억원에 육박한 점도 한국금융지주가 4분기 좋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 개선은 수익 발생으로 인한 것이 아닌 지난해 단행한 지점 통폐합과 판관비 절감 덕분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증권의 가장 큰 수익원인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며, “시장 거래대금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비용 감축을 통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2분기 지점뿐 아니라 임직원 수도 2267명에서 1974명으로 12.9% 감소했다. 손 애널리스트는 지점 통폐합 효과가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만큼 판관비 절감을 통한 실적 방어는 당분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증권업황이 개선세되지 않을 경우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 수익이 단기일내에 좋아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특화된 분야가 있는 증권사만 살아남는 시장

현재 전문가들은 업황이 좋지 않음에도 선방하고 있는 증권사에 주목한다. 뱅키스 등 저가형채널과 오프라인 부문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는 앞서 언급한 한국금융지주와 온라인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키움증권이 그 주인공이다. 키움증권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는 -18.745 줄어든 반면 직전분기대비로는 352%나 증가했다.

ELS 운용상 발생한 손실로 지난해 3분기 다소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탓이다. 하지만 증권업계가 구조적인 하강기에 접어든 만큼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이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따라 온라인 거래비중이 높은 코스닥 거래 활성화가 예상된다.

한국금융지주의 강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자산운용업, 저축은행 등 비증권부문의 자회사가 많아 증권 시황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일관성 있는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증권사의 핵심인 오프라인에서의 경쟁력을 차츰 높여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새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개정 등으로 금융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기를 고대하고 있으나 단기간 안에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증권사마다 헤쳐 나갈 자구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한다. 장 애널리스트는 이를 위해 우선 차별화된 오프라인 서비스 제공을 통해 거액자산(HNW)고객 위주의 자산관리 비중을 확대하는 것과 자산관리업의 개념을 ETF 랩 및 ETN 개발 등과 같이 다양한 서비스로 재정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혜선 swan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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