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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서비스 중단의 진실은?

카드의 미래… 소비자의 대처법은?

주부 김미원(36) 씨는 3월 초 아파트 관리비를 10% 할인해주는 ‘외환2X카드’를 발급받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신한생활애(愛)카드’를 통해 5000원을 할인받아왔지만 더 큰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카드를 발급받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유쾌하지 않은 뉴스를 접했다. 올해 9월부터 아파트 관리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서비스가 사라진다는 것. 김 씨는 “아파트 관리비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카드를 만들었는데 사용할 이유가 없어져 허탈하다”며 “신용카드들을 정리하고 체크카드로 갈아타고 싶은데 해지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카드사의 돌발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고객들에게 제공되던 무이자할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김선정(33) 씨는 “이제는 할부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자가 비싸서 한 번 제품을 구입할 때 서너번을 생각하게 된다”며 “그동안은 할부서비스를 이용해 목돈이 나가지 않아 좋았는데 갑자기 중단돼 불편함이 크다”고 했다. 김 씨는 “최근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중단된 것을 모르고 마트에 갔다가 할부 이자를 감수하면서 3개월 할부로 결제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드 부가서비스 실종사태 그 원인은?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와 아파트 관리비 신용카드 납부 중단이 대표적 사례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12월 22일 발효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라 무이자할부 중단을 통보했다. 개정된 법안은 카드사가 가맹점과의 제휴계약을 통해 무이자 할부 판촉행사를 할 때 대형 가맹점이 적어도 절반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수료율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는 갈등을 빚었다. 그동안 대형마트의 무이자할부 수수료를 100% 부담해 온 카드사가 앞으로는 대형마트와 수수료를 반반씩 부담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수수료 인상 대상인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 부담을 거부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9월부터 아파트 관리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주요 카드사는 아파트 제휴 신용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오르면서 아파트 관리비 납부를 대행하던 업체가 각 카드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모두 부담해오던 무이자할부 행사비용을 대형가맹점과 나눠서 부담해야 하는데,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금감원 “여전법 개정은 수수료 정상화 과정”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불만을 품은 건 부가서비스 축소로 불편을 겪은 소비자 뿐 만이 아니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라 수수료율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이처럼 모든 경제주체들의 불만을 감수하고 금융감독원이 법 개정을 추진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으로 대형가맹점과 일반가맹점 간 수수료율 격차가 대폭 축소됐다”라며 “수수료율 현실화 과정의 일환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여전법이 개정돼 신가맹점수수료 체계가 도입되면서 연매출 2억 미만 영세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는 4.5%에서 2.7%로 인하된 반면 과도하게 낮은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부가서비스 축소가 수수료율 정상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지적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카드 시장은 가입자와 가맹자로 이루어진 양면시장이라 가맹점 수수료율이 줄어들면 부가서비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카드소비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작정 부가서비스를 축소하지 못하도록 해당 서비스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만 부가서비스의 축소를 허용해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소비자에겐 부가서비스 축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입이 적으니 지출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신용카드 부가서비스가 점차 없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갑작스런 변화라기보다는 부가서비스가 점차적으로 없어져온 것이 추세”라며 “이미 카드개혁이 이루어졌던 선진국들의 경우도 부가서비스가 다양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서비스 중단이 제휴가맹점들의 서비스 중단 선언으로 빚어진 것인 만큼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부가서비스 축소방침으로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관리비 축소 역시 대납받는 PG업체(결제대행업체)가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발생한 것이고 무이자할부 폐지 역시 대형가맹점이 부담을 거부해서 빚어진 것”이라며 “가맹점과 별개로 이루어지는 부가서비스를 축소한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 관계자는 “애초에 2~3개월 무이자할부서비스가 카드사에서 카드고객을 늘리기 위해 시작한 프로모션이었다”며 “게다가 카드사들이 그간 2~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에 들어간 비용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당국이 급하게 제도를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카드사에 집중됐다는 불만도 높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업계 자율에 맡겨놨다가 카드사 간 과당경쟁이 발생해 카드대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법을 도입한 것”이라며 “건전한 경쟁구도 도입이라는 법의 취지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미래의 카드는 흑백모노톤? 선진국시장의 카드 실태

한편,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축소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신전문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신규고객 감소, 가계부채 리스크 등 바뀐 상황에 맞게 바뀐 경영을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간 치열한 경쟁으로 극대화된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길들여져 있지만, 변화된 시장환경에 따라 변화된 서비스에 소비자들도 적응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가 요구되는 건 소비자들만이 아니다. 과당경쟁을 펼쳐온 카드사들도 퍼주기식 마케팅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할 때 양적인 측면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시장을 보다 세분화하고 고객 정보와 맞물린 정교한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과열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카드사용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라며 “연회비 할인, 포인트적립, 무이자할부 등 서비스는 많아지는데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에 봉착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카드 산업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모든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남발하기보다는 신용 있는 사람들만 카드를 쓰도록 하고 신용이 부족한 사람은 체크카드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카드산업이 발달한 주요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만큼 부가서비스가 다양하지 않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결제 수수료를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찾기 어려운 것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모두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액에 대해 연말정산을 통해 일부 세금을 되돌려주는 소득공제 혜택도 없다.

2003년 신용카드 개혁에 성공한 호주가 부가서비스를 축소한 대표적인 사례다.  호주의 카드 사용자들에게 카드는 결제수단일 뿐이다. 카드를 소비하면서 별도의 부가서비스를 고려하지 않는다. 당시 수수료를 1% 미만으로 대폭 낮췄다. 결제 수수료도 가맹점이 아닌 소비자가 부담한다. 소득공제 혜택도 없다. 연회비는 만원에서 오만원 수준으로 높이고 최상위 신용등급만 면제해 준다. 또한 현금을 낼 때보다 카드로 낼 때 더 부담해야 하는 추가요금(surcharge)도 크게 인상했다.

미국은 수수료부담율이 대형가맹점은 30%에 불과하고 소비자는 70%에 달한다. 소득공제 혜택, 할부서비스가 없고 연회비도 최상위 신용등급만 면제해준다. 이자율도 연평균 20%대로 다소 비싼 편이다. 또한 카드이용자들은 현금이용자보다 같은 물품을 더 비싸게 구입해야 한다. 특정카드를 이용하면 오히려 현금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방향이다.

한국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결국 십년 후엔 누구나 같은 카드 별다를 것 없는 흑백모노톤의 카드로 바뀌고 카드사들 자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카드사의 부가서비스가 축소되는 추세 속에서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를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혜택을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다.

김용숙 기업은행 PB팀장은 “카드를 여러 개 이용하기보다는 주거래은행하고만 거래해 VIP고객이 되면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가서비스가 줄어든 만큼 스스로의 소비패턴을 파악해 소비스타일에 맞는 카드를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용카드에 부가된 공짜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은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를 통해 무이자할부, 할인혜택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해왔지만 가맹점의 카드수수료가 크게 낮아지고 신규고객도 줄어드는 등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소비자들도 혜택을 본 만큼 연회비를 지불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연회비를 많이 지불할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이자할부, 제휴카드로 계속된다

카드사들의 상시 행사용 무이자할부는 중단됐지만, 제휴카드를 통한 무이자할부는 계속된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 등은 여신전문금융업 개정에 맞춰 올 1월부터 상시행사용 무이자할부를 중지했다. 대신 무이자할부 탑재 카드를 발급한다.

카드사들이 지난 두 달간 발급한 무이자할부 탑재 카드는 100만장을 넘었다.

신한카드에서 발급한 ‘심플 카드’는 전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 ‘레이디 카드’, ‘러브 카드’, ’4050카드’ 등은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빅 플러스 카드’는 백화점에서 3개월 무이자 할부를 해준다. ‘심플카드’는 무이자 이용 시 캐시백과 ‘코인 세이브’가 제공되지 않는다.

삼성카드는 숫자카드를 내세워 무이자 할부 혜택 선전에 가세했다. ‘삼성카드1′은 모든 가맹점 2~4개월, ‘삼성카드4′는 모든 가맹점 2~3개월, ‘삼성카드3′는 특정 백화점 및 대형할인점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준다. 5만원 이상 결제 시에만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며 빅포인트나 마일리지가 적립되지 않는다.

KB국민카드의 ‘테제 스카이패스 카드’ 등 VIP카드는 모든 업종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와이즈카드’, ‘스타카드’ 등은 전국 백화점, 할인점 등에서 2~3개월 무이자할부를 해준다.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5만원 이상 결제 시에만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며 빅포인트나 마일리지가 적립되지 않는다.

하나SK카드의 ‘매일 더블 캐시백 카드’와 ‘매일 캐시백 카드’는 온라인매장에서는 캐시백 적립이 안된다. 전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빅팟카드’는 국외에서 할부가 안 된다.

BC카드가 은행과 연계해 출시한 ‘IBK 스타일플러스 카드’, ‘IBK 참좋은친구 카드’, ‘우리V카드 티아라’ 등도 모든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로 할부 결제할 수 있다.

 

 

박수유 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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