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⓾ 좀 더 두고 보자는 임원이 더 위험하다

위기 발생 시 누구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한다. 두고 보자는 제안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단,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 준비를 완료하고 대응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맞다. 계속 지켜보자고만 하는 임원들은 다른 이유가 있어 위험할 수 있다.

 

회사에 ‘큰 위기’가 발생하면 다르다. 누구나 이건 어마어마한 위기라 정의(定義)내리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모두가 해당 사건을 완전한 위기로 정의해 버리면 해당 회사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셈이다. 당연히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빨리 움직이게 된다. 예를 들어 생산시설이 대형 폭발을 일으켜 자사 및 협력업체 직원 여럿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치자. 이는 해석이나 정의가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신속히 상황을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체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유해물질 유출 같은 점진적이고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적 사건이 발생하면 나타난다. 이 상황이 회사에 큰 위기인가 아닌가에 대해 내부에서 해석과 정의 내리기 논란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상황 관리는 서둘러 진행하지만 그 외 필요한 여러 대응들은 느려진다.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때를 놓치고 생략된다. 이후 운이 나빠 해당 상황이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면 그때부터 해당 회사는 이를 위기라 정의 내리고 때 놓친 대응을 부랴부랴 시도한다.

위기관리 시스템 관점에서 봐도 위기 발생 시 기업 자체가 느린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해당 위기에 대한 해석과 정의를 내리는 과정이 지체돼 느려 보이는 것이다. 위기라는 것이 정형화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기라는 것이 발생 직후부터 분초를 다투면서 계속 진화(進化)하기에 더 골치 아프다. 파악할 수도 없고 걷잡을 수도 없는 위기에 많은 기업이 당하는 셈이다.

위기 발생 직후 기업들 내부에는 두 가지 그룹이 떠오른다. 패닉에 빠져 있는 임원들이 한 그룹이고 ‘일단 조금 두고 봅시다’라고 이야기하는 그룹이 다른 하나다. 초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 충분한 상황 파악과 사실관계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패닉에 빠져 있는 그룹은 해당 위기와 직접 관련이 적은 부서들인 경우들이 많다. 해당 위기에 대해 자세한 정보나 경험이 없어 허둥대는 셈이다.

반면 ‘일단 조금 두고 봅시다’라고 이야기하는 부서들은 해당 위기와 직접 관련이 있는 대응 부서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응을 위한 확인의 시간을 벌기 위해 실무그룹으로서 ‘조금 더 두고 보자’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는 위기 발생 초기에 당연하게 필요한 신중한 접근이자 입장이다. 적정 시간이 흘러 일정 수준 이상 상황 파악이 되고 내부적으로 대응 논의가 나오게 되면 그 후 ‘좀 더 두고 보자’는 입장들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지향하는 최고경영자(CEO)라면 이 시점에서 ‘좀 더 두고 보자’는 임원들의 주장이 실제 어떤 의미인지를 ‘빨리’ 해석해 내야 한다. 대부분 기업이 이 해석 과정에서 또 실기(失期)하기 때문이다. 이때 CEO는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를 위기관리 주관·유관 임원들에게 질문해야 한다.

정확한 시점에 대한 정의와 그 시점을 판단하기 위해 그들이 세운 기준을 요청해야 한다. 어떤 형식으로라도 정확한 시점에 대한 판단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좀 더 두고 보자’는 주장은 상당 부분이 무력감과 혼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징조다. 이때는 CEO의 경험적 감(感)과 회사 철학에 기반한 원칙 중심의 위기관리 대응에 빨리 나서야 한다.

그들이 정확한 시점과 시점 판단 기준을 제시하더라도 CEO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 준비를 완료하고 그 시점을 기다리라”는 가이드를 줘야 한다. 상당히 많은 기업이 위기 시 지켜보기만 할 뿐 대응을 준비하지 않아 문제를 키운다. 모든 대응 준비를 완료하고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 체계다. 계속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만 하는 임원은 문제다. 지켜보다 상황이 최악에 이르면 그때부터 대응을 준비하는 기업은 더 큰 문제다. CEO의 위기관리 리더십은 이런 판단과 순서 정렬과 이에 소요되는 몇 시간 속에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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