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파산을 막는 자산관리 원칙, 은퇴 후 초기 10년이 가장 중요

길어진 수명만큼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걱정도 커진 요즘이다. 자연히 은퇴자산을 모으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에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은퇴를 경험한 베이비부머라면 자산 모으기만큼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 한다.
인생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모아놓은 은퇴자산은 한정돼 있는데 노후는 길어져 은퇴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돈을 다 써버리고 빈 몸만 남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까지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우려하는 바처럼 은퇴자가 사망 이전에 은퇴자산을 모두 써버린 상황을 ‘은퇴파산’이라 한다.
최근 국내에서 고령화와 수명연장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상당수의 은퇴자들이 은퇴파산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은퇴파산을 하게 될 경우 국민연금이나 공적·사적부조 등으로만 생활해야하므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60세의 기대여명이 24.21년임을 감안하면 60세 은퇴자가 은퇴파산을 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5년 이상 은퇴자산을 유지해야 한다. 은퇴파산을 막기 위해서는 자산을 모으는 시기와는 다른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에는 은퇴자산을 늘려가기 위한 현금유입이 끊기는 대신 인출해 생활비로 쓰면서 은퇴자산으로부터의 현금유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은퇴시점의 자산에서 은퇴 첫해 인출하는 금액의 비율을 ‘인출률’이라 정의하는데, 시뮬레이션 결과 은퇴 이듬해부터는 물가상승률만큼 인출금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 잃고 외양간 안고치려면 초기부터 준비
은퇴파산 여부는 은퇴 초기에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퇴 초기는 자산규모가 가장 큰 시기다. 그만큼 은퇴자산 운용 수익률이나 인출률이 은퇴자산의 증감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퇴 초기부터 은퇴자산 관리계획을 꼼꼼히 수립하고 실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은퇴자산 관리계획에는 인출률과 목표수익률, 은퇴자산 포트폴리오 등을 포함해야한다. 만일 은퇴 초기에 자산 수익률이 기대보다 낮은 경우 인출률을 낮추거나 목표수익률을 재확인해 자산이 은퇴파산으로부터 안전궤도에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은퇴파산 리스크관리를 위해 인출률 결정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최초 인출률이 은퇴자산의 4% 이하인 경우 국내 주식과 채권의 자산배분에 관계없이 은퇴파산 리스크(60세 은퇴자가 85세 이전에 은퇴파산을 겪을 가능성)는 안전수준인 10% 이하로 나타났다. 최초 인출률이 5~6%인 경우 자산배분에 따라 은퇴파산 리스크에 격차가 생기기 시작한다. 인출률이 7%을 넘으면 은퇴파산 리스크는 위험수준인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은퇴파산을 막기 위해서는 인출률부터 하향조정하는 게 급선무다. 이후 추가적인 은퇴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 등 소득활동을 고려해야 한다.
운용수익률을 높여 인플레이션 잡아야
마지막으로 은퇴파산을 막으려면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돈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은퇴자가 동일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자산에서 더 많은 금액을 인출해야 한다. 이때 운용수익률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면 은퇴파산 시점은 더 앞당겨진다.
은퇴자산을 안전자산으로만 운용하면 투자리스크는 없으나 인플레이션 이상의 수익률을 얻기 힘들어 은퇴파산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예금금리는 인플레이션보다 평균 0.97%p 높았지만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고령자 물가를 감안하면 은퇴자들이 예금으로만 자산을 운용했을 경우 인플레이션을 방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의 경우 식료품비 증가 등으로 인해 2010년 60대 이상 고령자 물가상승률이 4~50대에 비해 0.9%p 높은 5.2%를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사례에서도 고령자물가지수가 도시소비자물가지수보다 0.5~1%p정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자산잠식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목표수익률을 최소한 ‘물가상승률 + 0.5~1%’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현재의 물가와 예금금리를 감안하면 은퇴자산에 투자자산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함을 뜻하기도 하다.
은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은퇴파산을 막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역시절과는 다른 은퇴파산을 막는 자산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은퇴자들은 원금만 보장되면 안전하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은퇴파산을 막는 게 ‘진정한 안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한눈에 보는 은퇴파산을 막는 3원칙>
[원칙1] 초기 10년이 중요하다
-은퇴 후 초기 10년의 운용수익이 낮으면 후반에 회복하기 힘들므로 은퇴 초기에 은퇴자산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함
-시뮬레이션 결과 은퇴 초기의 인출률이 높거나 수익률이 낮으면 은퇴파산 시기가 4~5년 정도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남.
[원칙2] 인출률부터 결정하라
-인출률은 은퇴시점의 자산에서 은퇴 첫 해에 인출하는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인출률이 4% 이하면 ‘안전’, 5~6%이면 ‘보통, 7% 이상이면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남
[원칙3] 인플레이션 공격을 대비하라
-은퇴자산의 수익률이 인플레이션을 밑돌면 최초 인출률이 안전수준이더라도 은퇴파산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은퇴자산의 목표 수익률은 적어도 ‘물가상승률+0.5~1%’이상으로 잡아야 함
-상품 중에서 매월 일정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물가연동채권이나 수익형부동산, 월지급식펀드 등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함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정혜선 swan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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