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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문화원 장명희 원장. 초가집, 토담집은 한옥이 아닐까요?

“한옥이 획일화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한옥문화원 장명희 원장이 향후 한옥계의 과제를 묻는 질문에 한동안 고민하다 꺼낸 말이다.

“현재 정부의 한옥 지원대상은 목구조, 기와집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목구조에 기와를 올려야만 한옥일까요? 과거 우리 조상은 초가집, 토담집, 귀틀집 등 다양한 재료와 공법, 형태의 집에서 살았습니다. 재료는 주변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것을 사용했어요.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귀틀집을 지었고, 흙이 많은 곳에서는 토담집을, 벼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초가집을 짓는 식이었죠. 목구조에 기와를 얹는 방식은 그 중에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어요.”

아직 상업적인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한옥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국가의 정책지원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정한 지원대상의 테두리가 자칫 한옥의 형태를 획일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는 것이 장명희 원장의 지적이다.

한옥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좀 더 유연해져야

장 원장은 한옥의 전통을 계승하려는 고민에 있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들 한옥의 품격과 친환경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막상 현실적인 부분에 맞닥뜨리면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한옥의 정체성을 얘기할 때 과연 어디까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지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전통 한옥의 모습이 목구조, 기와집에 고정되다 보니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게 되면 ‘한옥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하기 십상이에요. 이렇게 미적으로는 보수적이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현대적이기를 희망합니다. 일례로 한옥을 흔히 숨을 쉬는 짓이라고 부르면서 그 자연스러운 통기성을 높이 평가하다가 겨울철 단열에 대해선 모진 평가를 내립니다. 통기성과 단열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관계인데도 말이죠”

정부의 한옥 지원대상이 목가구, 기와집에 한정되다 보니 지방 농촌의 어떤 한옥은 막상 농기구를 둘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거주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장명희 원장은 한옥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하나의 시도로 아파트에 한옥의 요소를 시도하자는 취지의 ‘아파트에 한옥처럼’이라는 강좌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과정과 연계해 직접 실제 아파트에 한옥의 요소를 시공하기도 했다.

“한옥을 리모델링하는 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창호와 바닥처럼 간단한 부분에 한정된 작업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한옥의 기술적인 철학이 현대 시공에 접목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어요. 일례로 머름이란 것이 있어요. 머름은 창과 바닥 사이 턱을 말하는데, 이는 집주인이 앉아있을 때 빨꿈치를 걸칠 수 있는 높이로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집주인이 편하게 밖을 내다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체 치수가 근간을 이루는 한옥 건축의 장점이에요.”

“요즘 아파트의 머름(미닫이 아래나 벽 아래에 대는 널 조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지나치게 높거나 낮습니다. 초고층주상복합 아파트의 통창을 보면 머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어요. 전망은 좋을 지 모르지만 바닥까지 이어진 유리가 좀처럼 다가서기 힘들어요. 머름은 집주인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면서 더불어 안과 밖을 효과적으로 나누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한옥의 우수성을 현대 건축물에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 부분은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옥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편의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이나 미적인 감각, 기호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전통 한옥 가치 계승 위해선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해

한옥문화원이 이렇게 한옥의 현대적인 전파를 시도한다고 해서 전통 한옥의 가치를 계승하는 작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한옥문화원은 전통 한옥에 대한 심도 있는 비평을 담은 계간지 한옥문화를 꾸준하게 내놓고 있어 현재 29호가 나온 상태다. 또한, 한옥의 설계와 시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과정으로 지금까지 12기, 130명을 배출했다.

“막상 한옥을 짓고 싶어도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건축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을 갖춘 적임자들이 부족합니다. 결국 한옥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제 건축이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실제 한옥을 지으려고 해도 건축주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전문가들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인력을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한옥의 이론과 실제, 시공 상의 구체적인 사항에 모두 능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옥문화원에서는 한옥 건설 현장에서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설계와 시공을 이끌 수 있는 전문가들을 입문, 심화, 전문의 3단계 1년 과정으로 양성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나 시장의 여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옥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실현할 ‘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장명희 원장의 말에서 희망 못지 않은 책임감이 느껴진다.

유주하  |  zooha2000@econovill.com  |  승인 2013.01.08  14: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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