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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소통리더십] 인화는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 표면적으로 조용하다고 화합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갈등을 빚는다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립을 하더라도 서로의 입장과 생각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금실 좋은 부부 vs 파경 부부. 이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1980~1990년 약 10년간 부부 수백 쌍의 생활을 비디오테이프로 기록해 관찰, 흥미로운 결론을 도출해냈다. 일반이 예상하듯 금실 좋은 부부라고 항상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게 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또 이혼한 부부라고 늘 치고받고 툭탁거리는 것은 아니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부부나 이혼한 부부 모두 부부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다만 그 진행방식과 목적이 달랐다. 성공적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는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차이점을 개선해나갔다. 반면 실패한 부부는 결혼생활 내내 서로를 공격했다. 행복한 부부는 토론했고, 불행한 부부는 서로 싸움을 한 것이다. 싸움은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토론은 합의에 이르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 조용하다고 화합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갈등을 빚는다고 콩가루 조직도 아니다. 대립하는 입장과 생각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공자는 이를 개성의 조화와 무비판적 동질화로 구별한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자로편-)

군자는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는 않고, 소인은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만 조화롭게 어울리지는 못한다. 군자는 남을 자기처럼 여기기 때문에 남과 갈등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지만 현실적으로는 각자에게 다르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남과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소인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익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행동을 같이하지만, 늘 이익을 다툼으로써 남과 갈등을 빚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진정한 인화(人和)는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일침이다.

<좌전>의  ‘소공’ 20년 초에는 和와 同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한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경공이 총리인 안영과 누각에서 편히 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저쪽에서 아첨을 잘하는 신하 양구거가 오는 것이 보였다. 경공이 안영에게 양구거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나와 조화롭게 지낸다”고 하였다. 그러자 안영은 “저 사람은 전하와 진정으로 조화롭게 지내는 것이 아닙니다”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和란 비유하자면 국이 물, 불, 간장, 소금, 식초와 생선이나 고기와 조화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同은 물에 물을 더하거나 거문고의 현이 꼭 같은 소리만을 연주하는 것 같아 조금도 건설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저 양구거는 임금께서 무슨 의견을 내놓아도 그 의견에 찬성합니다. 그러니 그것은 동이지 화가 아닙니다.”

조준래 비트플렉스 회장은 ‘화이부동 경영’을 이보다 더 현대적으로 설명한다.

“아름다운 음악이 되기 위해선 ‘도도도’ 같은 소리만 내선 안 되지 않습니까.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도, 미, 솔 등 소리를 다르게 냄으로써 더 감정적, 창의적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하지요. 저는 상사가 ‘도’ 한다고 해서 부하들도 도도도 하는 것은 ‘저 간신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연과학에는 완벽한 진리가 있지만, 인문사회과학엔 정답이 없지 않습니까. 기안자, 심사자, 최종결정권자 등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좀 더 올바른 결정에 다가갈 수 있지요.”

화(和)의 진정한 의미는 듣기 좋은 말로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만큼 신뢰를 형성하는 데 있다. 화이부동의 문화 정착을 위해 그는 임원회의 전에 여러 가지 시사 안건을 주제로 자유토론 시간을 갖기도 한다. 자신이 한 결정에 대해 잘못한 것이 있으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기는 법이 없다. 솔직히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한단다. 그 또한 샐러리맨 시절, 반대를 서슴지 않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사고과에서 손해를 본 가슴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단다. 그래서 더욱 “대안 있는 반대는 그 일에 책임과 능력을 가졌다는 것의 반증”이고 이 같은 인재는 적극 육성하고 관료주의의 덫에서 보호해줘야 한다는 게 조 회장의 지론이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할 바에 10명, 100명이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이야기일 것이다. 단 조직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강직 못지않게 서로 간의 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情)이 마음 심(心)에 푸를 청(靑)이 합해 만들어졌듯 한결같은 충정에 대한 서로 간 신뢰가 전제돼야 반대도 하고, 수용도 하는 화이부동의 치열한 토론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

진정한 화이부동은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비위를 맞추는 것은 생각을 같이하고자 하지만, 호흡을 맞추는 것은 다른 생각을 기반으로 결론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다. 다수결이나 만장일치의 법칙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며 합의에 이를 것을 강요하지 말라. 다양한 생각이 충돌하도록 하라. 토론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토론팀과 다수결팀 등 2개 팀으로 나눠 다음의 미션을 주고 문제해결을 실제로 해보게 한 것이다.

‘달에 도착한 우주선이 잘못된 지점에 내렸다. 지구로 귀환하기 위하여 원래 목표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목표지점까지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모든 장비와 식량, 물건들을 다 가져갈 수 없다. 가능한 범위에서 장비와 물품을 가져가야 한다. 어떤 것을 반드시 가져갈지 우선순위로 10개를 선정하라 ’ 이와 같은 미션을 토론 팀과 다수결 팀에주어 모색 방법을 다르게 해 해결토록 했다. 정답의 기준은 NASA의 전문가들이 실제로 그런 곤경에 빠졌을 때 중요 물건을 우선순위별로 정해놓은 리스트였다.

적극 토론 그룹의 그라운드 룰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 즉, 토의 상황에서 갈등을 무마하려 하지 말고 의견 차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해 반영하란 것이었다. 둘째,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지나치게 객관적으로, 논리적으로만 판단하지 말라. 반면 다수결 원칙 그룹의 그라운드 룰은 토의 없이 개별적으로 10개 품목을 선택한 뒤, 개인별로 모아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부터 1~10번까지 선정토록 했다.

과연 어느 집단이 정답에 가까웠을 것 같은가? 그렇다. 토론팀이 다수결팀을 압도했다. 본래 토론(discussion)은 충돌(percussion)과 어원이 같다. 즉, 다른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던짐을 의미한다. 대화 dialog는 그리스 단어 dia(가로지르다)와 로고스(Logus,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서로 교차한다는 뜻이 있다. 그런 점에서 토론은 ‘서로 같음’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다름’의 충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어우러지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 대부분 사람은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것보다 의견이 서로 잘 맞는 것이 더 좋다고 믿는다. 맹목적 인화를 강조하다 보면 때때로 생산적인 사고 충돌, 특정 주제에 대한 열성적인 의견 교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견 충돌이 전혀 없으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기 힘들다.

진정한 인화는 갈등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절하는 데서 형성된다. 진정한 인화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문제를 숨기거나 미루는 게 아니다. 누구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저조한 실적, 맡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점을 발견하면 곧바로 지적하며, 부당한 대우나 모욕을 느끼면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표현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모여 해결을 모색하고, 모든 상황에 대해 대화를 통해 공유함을 의미한다. 실패하는 집단의 공통DNA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소수의견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실패한 조직일수록 의견 차이를 무시한 채 의견일치만 강조한다. 개인의 의견 차이는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화이부동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충돌’, ‘갈등’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공자는 이견의 건설적 충돌을 중요시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는 것은 해로울 뿐이다(子曰 攻乎 異端, 斯害也已. -위정편-/혹자는 이단을 전공하면 해롭다고도 해석한다)”고 말씀하셨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무턱대고 공격부터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공자가 주장하는 조화란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 서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무조건 갈등 없는 화합만을 강조하기 전에 각각의 장점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단점을 보완해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조화다. 포용력을 가지고 차이를 존중하되 시너지를 내는 역동적 의견수렴이 진정한 인화(和)다. 설득해야 하는 사람들로부터 “예”란 소리를 듣고 싶을수록 때로는 집단 내부에서 ‘아니오’라고 말하는 소리를 수렴할 줄 알아야 한다. 비위를 맞추기보다 호흡을 맞추라.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  blizzard88@naver.com  |  승인 2013.12.26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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